20대 후반, 나이를 먹는 게 점점 두려워져요.

온기레터, 서른일곱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어떻게 하면 나이 먹는 것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나이를 먹는 게 고민이에요. 어릴 땐 그저 나이를 빨리 먹어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눈 깜빡 하니 어느덧 27살이 되었네요.


마음만은 20대 초반인데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고, 이젠 새로운 곳에 들어가도 신입이 아닌 나이라는 게 슬퍼져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부족한 점도 참 많은데 점점 책임져야 할 일들은 많아지니... 정말 이대로 나이만 먹는 건 아닐지,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이 먹는 것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가오는 30대를 잘 맞이할 수 있을까요?






✉️ 오늘의 답장편지

'스물일곱',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예쁜 나이인 것 같아요.


아름드리나무를 가꿔나가실 온기님께


온기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인지 오후의 햇빛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이 맞닿은 이 시간, 이 계절만이 가진 잔잔한 여유가 온기님의 하루에 함께하길 바라보아요.


나이를 먹는 것이 어쩌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되었을까요? 온기님의 편지를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의 변화를 포함한 건강 문제, 지나온 날들에 대한 미련, 원하던 삶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미래, 무언가에 도전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은 두려움... 하지만 이렇게 나이 듦이 두려워지는 이유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하나 반박하며 더 멋지게 살아내면 되니까요.


온기님께서 스스로가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하셨지요. 글쎄요, 온기님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준에 스물일곱은 이제 막 사회에서 걸음마를 뗀 아기 정도인 것 같아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혹은 아직 학생이신지 알 수 없지만,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제 주변엔 스물일곱, 스물여덟, 또는 서른을 넘긴 신입사원들이 꽤나 많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스물일곱, 새싹 같은 나이에 '나이가 많다'고 고민하시는 온기님의 편지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저도 스물일곱이었을 때 비슷한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이제 정말 어른인 것 같은데 막상 사회에 내 자리는 없고,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은 자꾸 흐르고, 오늘 밤만 지나면 무의미하게 30대가 되어 있을 것 같고... 막연한 막막함이 매일 저를 짓누르는 듯했습니다. 온기님의 고민이 귀여우면서도,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이유입니다.


온기님, 저는 별 탈 없이 30대가 되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룬 것은 없고, 친구들과는 유치한 말싸움을 하며 놀고, 미래를 걱정하며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어요. 사실 스물일곱의 저와 지금의 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더 이상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20대의 제가 보던 세상과 30대인 제가 보는 세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30대의 저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귀히 여길 줄 알게 되었고,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조금은 더 잘 이애하게 되었어요. 또, 지난날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저도 모르게 얼마나 많이 용서 받았는지 깨달으며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는 스스로를 느낄 때마다 40대가 되면, 50대가 되면 또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까 설레기도 합니다.


아마 온기님도 그러지 않으실까, 생각이 드네요 :) 지금은 성장하는 단계에 계시기에, 언젠가 성장이 멈추는 날을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온기님, 성장의 다음은 '성숙'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온기님은 더욱 속이 꽉 찬 어른이 되실 거고, 더 깊고 넓은 그릇이 되실 거예요. 더 이상 신입은 아닐지라도, 새내기들을 이끌고 보듬어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되어 있을 거고요.


스물일곱, 불안하고 초조한 나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도 예쁜 나이인 것도 맞습니다. 그러니 온기님, 지금의 불안함을 마음껏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많이 헤매실수록, 몇 년 후 비로소 갈피를 잡기 시작했을 때 인생이 훨씬 더 풍부해질 것이라, 제가 감히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려봅니다.


온기님께서 방황하며 여기저기 뿌리신 씨앗들이 분명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단단한,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벅차도록 울창한 숲을 이룰 거예요. 온기님의 멋진 아름드리나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편지에 햇빛 한 줄기의 용기를 담아봅니다.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2zEOHs8kp0I-VsSHd8yQulPJBDk.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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