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사랑에 오답은 없을 거예요.

온기레터, 서른여섯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떠나온 사랑을 잊고 싶지만, 추억 또한 잃게 될까 두려워요.


서로 사랑했는데, 그렇게 바라던 그 사람의 마음을 얻었는데 제가 떠났어요.


연애할 여력이 없는 그 사람은 제게 기다려달라 했지만,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관계가 겁이 났어요.


그런데 너무 후회가 돼요. 잊고 싶은데, 8년 동안 봐온 그 사람을 잊는다는 게, 추억 또한 잃게 될까 봐요.






✉️ 오늘의 답장편지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올지라도

언제나 그랬듯, 사랑에 오답은 없을 거예요.


애정하는 온기님께


온기님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아직은 마음에 찬 바람이 드나드는 계절일지, 그럼에도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단풍 구경을 하실 여유가 있는 하루를 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


사랑의 시작은 어째서 같을 수 없을까요? 온기님의 편지를 쭉 읽으면서 아주 예전의 제 모습이 생각나 이렇게 답장을 적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고민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성인이 된 초반까지 9년을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연락을 기다리다 핸드폰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고, 어릴 적에는 갖은 핑계를 찾아 그 친구와의 약속을 잡던 날들도 있었지요. 다른 사랑이 찾아온 시간들도, 그 친구를 곁에 두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제 마음에 거짓말을 해가며 지켜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되었고, 저는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적어 보냈었어요 :)


그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제게 고백을 하더군요. 그 순간에 들었던 감정은 기쁨이라기보다 '어째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9년의 시간동안 제 마음의 크기가 달라졌던 순간은 없었는데, 정의되지 않던 순간의 몇 배의 서운함과 두려움이 한 번에 밀려왔습니다. 결국 저도 그 아이를 떠났어요.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은 겨울만 있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좋았던 기억과 아쉬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많은 감정들이 몰려와요. 어쩌면 저는 온 마음을 다해 그 친구를 사랑했던, 제 가장 사랑스러운 날들이 그리운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분을 사랑했던 온기님의 모습은 어땠나요?


편지 끝머리에 적었다 지우신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생각하지만, 가끔은 어쩌면 마음도 조금은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 아이와의 추억이 그리운 날에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수많은 날들 중 하나를 골라 되짚어 보고는 해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아이가 다니던 학원 앞에서 따뜻한 음료를 사고, 겨울날 찬 바람에 식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밖에서 음료를 품에 안고 기다리던 저를 추억합니다.


온기님의 이야기르 듣고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노래가 생각났어요. 버둥의 '연애'라는 노래 안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가끔 나는 슬퍼질 수 있겠다. 다짐하고 있으니까, 우리라는 말이 널 붙잡고 흔들리게 할 때면 손을 놓고 멀리 떠나가면 돼. 내가 아주 사랑스런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너는 그걸 먼 미래가 돼서야 깨달을 수 있다 해도.'


사랑의 방식이 여러 모습이듯, 이별도 제각기 다른 속도로 진행되기도 하지요. 잊히지 않는 사람이면 구태여 꼭 지우려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잊지 못하는 일을 억지도 지우려하면 흉이 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는 날들에 흔들리는 순간들이 또 자주 찾아오겠지요. 닮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오답은 없을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에요.


온기님의 마음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 식사도 잘하셔야 해요 :)


온기님의 사랑 충만한 순간들을 응원하며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2zEOHs8kp0I-VsSHd8yQulPJBDk.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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