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서른다섯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6년 차 직장인이에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를, 돈을, 제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저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어릴 땐 당연해 보였던 어른의 일상이, 제겐 왜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걸까요...
불쑥 외로움이 찾아오는 이 생활을 제가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앞으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 오늘의 답장편지
안녕하세요, 소중한 온기님.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선선한 바람 덕분인지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요즘이에요. 저는 날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퇴근길 자주 산책에 나서고 있어요. 온기님은 이 가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요?
회사를,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주셨죠. 정성스레 눌러 쓴 글씨 안에 담긴 온기님의 무거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펜을 들게 되었어요. 물론 제가 온기님의 상황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온기님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한 마디가 제게도 몹시 와닿는 표현이었어요.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해왔으니까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사회에서 한 명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거든요. 어릴 때는 모두가 해내고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해내려 하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직장에서 온전히 1인분을 해내며 스스로 다치지 않게 지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은 저를 고용한 곳이었기에 제가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보다 제가 얼마만큼의 효용가치가 있는지 숫자를 따지기 바쁜 곳이더라고요. 제 스스로도 생각, 가치관보다 효율을 따지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무색무취 무표정의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정의감에 불타고, 한때는 사랑과 우정으로 울고 웃던 제가 희미해진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렇게 제 자신을 내려놓으며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 불안정하다는 것이었죠. 적은 월급에서 월세,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할 돈도 많지 않았고, 대체 이 돈을 언제 모아서 결혼, 내 집 마련을 하지 생각하면 아득했어요.
그렇게 점점 더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니 결국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그제야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었어요. 제가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은 이런 것이 아니었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히 돈을 벌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천천히 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조금은 현실이 깃든 행복한 어른의 모습을요.
온기님께서 마음에 품어왔던 어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사실 저는 온기님께서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한 나로 살아가길 원한다는 것이 참 좋게 느껴졌어요. 온기님께서 스스로를 잃고 싶지 않아 하신다는 것,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게, 즉 행복하고 싶으시다는 마음을 인지하고 계신다는 의미니까요! 모든 시작은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요?
행복은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때론 명확하고 소소할 수 있더라고요. 주말에 보고 싶던 영화 보기, 날 좋은 날 러닝하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마시기처럼요. 온기님께서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시나요? 온기님만의 행복의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시다 보면 조금은 따스하게, 조금 더 편안한 일상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다른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삶을 느끼고, 채워가는 내가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
마지막으로 최근에 김민철 작가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책 속에서 발견한 한 가지 방법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원하는 60대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그 장면을 나침반 삼아서 가보라는 조언이었죠. 아주아주 구체적으로 내가 언제,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다 보니 그제서야 내가 꿈꾸는 현실적인 미래가 이런 거였구나, 싶더라고요. 어쩌면 그 장면과 닮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하루를 살아내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어요.
온기님, 우리의 삶은 참 복잡하고, 마음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우리의 기분만큼은 작은 노력으로 잔잔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날 좋은 가을, 조금 더 자주 미소 짓는 온기님다운 기분 좋은 일상을 채워나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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