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같은 마음을 갖고 어른으로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요?

온기레터, 서른네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여전히 아이 같은 마음의 제가,

어른인 척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요?


어른인 척하고 살고 싶지 않은데,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점점 많아지고, 이젠 홀로 서는 방법도 터득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가족에게, 이웃에게, 사회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철모르는 아이 같으니...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가식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어른스럽게, 어른인 척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채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 오늘의 답장편지

때로는 '척' 하면서 살아가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소중한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에게, 이웃에게, 사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철모르는 아이 같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온기님의 편지를 읽으며 문득 희미하게 저의 스무 살이 생각나더라구요. 수능을 치르고 어리둥절하게 맞이한 스무 살의 종소리를 들으며, '이제 나도 어른인가?'하고 고민했었죠. 성인이 된 기념으로 혼자 훌쩍 떠난 제주 여행에서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어른이라기엔 턱없이 미숙한,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해를 온기님께서도 기억하실까요 :)


숱한 경험으로 우린, 법적인 의미의 성인과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걱정없이 뛰어놀던 과거의 추억이 어제만 같은데, 사회에서 꿋꿋이 제 몫을 해내야 하는 스스로를 새삼스레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느끼는 나와 사회, 그리고 타인이 정의하는 나 사이에 꽤나 큰 괴리가 있을지라도, 그 거리감마저 제 몫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것 역시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차라리 훅 나이가 들어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의 영역에 발을 들인다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수도 있을 텐데요. 뭐든지 이 애매한 상태가 끝없는 고민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온기님께서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아주 건강히,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나'를 둘러싼 가족, 이웃, 사회를 고려 대상으로 여기고 계시잖아요.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타인과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계시다니! 제 눈엔 벌써 멋진 어른 같은걸요 :)

때론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가끔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져도 그 과정 자체가 어른이 되어가는 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슬아 작가님의 <끝내주는 인생>이란 책 속에 이런 말이 있더라구요. '삶은 대체로 중간 지대에서 흐른다.' 양극단 중 하나에 완전히 속해 있는 시간보다,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고 의미를 찾아나가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죠. 물론 앞으로 온기님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처음 도전해야 하는 일들, 여러 변 겪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능숙하길 바라지만 서툰 일들도 많을 테고요.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맞이하는 풍경이 훨씬 마음에 깊이 남지 않을까요? 조심스레 우리의 고민들이 더 풍부하고 건강한 자양분이 되어 마음에 꽃을 피워주길 바라봅니다.


한편으로는 온기님께 때로는 '척'하면서 살아가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멋진 어른이고 싶은 욕구, 그리고 늘 철없는 아이로 남고픈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가끔은 '어른인 척', 가끔은 그저 어린아이의 마음을 품고 살다 보면 어른이기 전에, 아이이기 전에 그저 있는 그대로의 온기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온기님, 우리 함께 오늘을 곱씹으며 살아보아요. 머금을 것은 머금고, 흘려보내야 할 것은 흘려보내면서요. 눈앞에 주어진 과제와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요. 미숙한 어른으로서의 시간도, 먼 훗날 돌이켜보았을 땐 아련하게 빛나는 추억이 되겠지요. 흔들려야 씨앗을 퍼뜨리는 민들레처럼, 바람이 불 때는 흔들흔들 몸을 맡겨도 좋아요. 정신 차려보면 어느덧 멋진 터에 온기님만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저의 편지가 온기님께 위로가 되어 닿길 바라보며, 편지에 달리 실어 보낼 것이 없어 저의 마음을 한가득 넣어 보냅니다. 온기님, 우리 함께 흔들리고 함께 날아가 보아요. 다가올 온기님의 봄은 유난히 더 따뜻하길 바랍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어 즐거웠어요!


p.s 엔니모 모리꼬네의 'The crisis'라는 노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곡 너머에 숨겨진 아름다운 의미가 있답니다 :)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trRBl2GBB0F3d9LkhC2nOl29xqg.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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