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내려놓는 것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거예요

온기레터, 서른세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좋아하는 것들을 잃어버리면

제가 사라지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이런 편지는 처음이라 조금 떨리네요. 제 고민은 좋아하던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좋아하던 것들을 계속해서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하는 것들을 자꾸만 잃어가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하던 내가 사라지면, 그건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과 또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의 내가 스스로를 모르는 게 당연하지, 당연할 수 없는 건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을까요?






✉️ 오늘의 답장편지

'좋아하지 않게 된 나'라는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된 거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소중한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온기우체부입니다. 온기님께서 보내주신 고민편지를 읽고 '무언가를 좋아하던 내가 사라지면 그건 내가 아니려나?' 그리고 '내가 나를 아직 모르는 게 당연한 건지, 당연할 수 없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면서 답장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펜을 잡게 되었어요.


최근에 친구와 '어려서 감명 깊게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친구는 그 시절 좋아했던 영화를 조만간 다시 보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어려서 느낀 감상들을 추억 속에 남겨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땐 감명 깊다고 느꼈던 영화가 이제는 더 이상 감흥이 없다거나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절 좋아하던 것들을 지금도 같은 감정으로, 변함없이 좋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런 두려움은 느끼지 않을 텐데 말이죠. 이런 면에서 온기님과 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 경험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온기님께서 말씀하신 '좋아하던 것들'은 사람이 될 수도, 취미나 취향 혹은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10대의 내가 성장하여 성인이 된 나와는 다른 것처럼, 어제는 중식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양식이 생각나는 것처럼, 좋아하던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제가 온기님께서 '잃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 헤아릴 순 없지만, 고민편지에 적힌 그 문장에서 근심이 느껴져 온기님께 작은 위로라도 되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온기님을 걱정하는 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써볼게요.


온기님, 저는 주변에서 확고한 취향이나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분들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확고하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꼭 지금일 필요는 없겠다고 느껴요. 오늘 좋아하던 것이 내일은 꼭 그렇지만은 않게 된다고 해도 분명 또다른 것을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변하는 사랑들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온기님과 제가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좋아하던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걸 좋아하는 나'는 사라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걸 좋아하는 나'는 사라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좋아하지 않게 된 나' 또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게 된 나'라는 새로운 내 모습을 찾게 된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언가를 계속해서 좋아하고 싶어 하시는 온기님이시라면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계시리라 생각이 되어요 :)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가 날 아직 모른다고 나에 대해 무지하고 소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글로 만나 뵌 온기님이기에 어떤 분이신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편지지 너머에 계신 온기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존재들에 대해,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애정을 나누는 참 따뜻한 분이라는 것이에요.

그 마음이 고민편지를 읽고 이렇게 답장을 적는 내내 제게 느껴집니다. 온기님께서도 이 부분을 알고 계신지, 혹여나 모르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살며시 적어보아요 :)


온기님, 제가 온기님을 가까운 노란 온기우편함에서, 그리고 우연의 얼굴로 스쳤을지 모를 일상 속에서 늘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여태까지 온기님을 웃게 했던 큰 행복들이 앞으로 온기님께 다가올 수많은 행복에 비하면 가장 작은 행복이기를 바라요. 편지로나마 만나 뵐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보며, 또 다른 고민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이곳을 찾아주시되 온기님의 일상에 더 이상 나눌 고민이 없는 하루하루가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DV5JdjtNJh06AlGMQaVFWrO9w0U.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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