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온기레터, 서른여덟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이 마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은 인간관계가 참 어렵게 느껴져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어제보다 더 나은 제가 되고자 매일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네요.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판을 듣고 싶어서, 제가 아닌 모습으로 대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가끔은 이런 스스로가 낯설고,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항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저의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오늘의 답장편지

온기님, 관계라는 우연이 작곡하는 선율에 나를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저는 이맘때쯤이면 감각을 곤두 세우고 가을의 흔적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두 눈 깜빡할 새에 금방 겨울이 찾아와 버릴까 봐요. 온기님은 어떨 때 가을을 느끼고, 무엇을 통해 가을을 알게 되시나요? 온기님이 발견하셨을 이번 가을의 조각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


온기님께서는 소중히 여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온기님 스스로는 그 '좋은 사람'의 모습이 진정한 온기님의 모습이라고 여겨지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관계는 흐름 같은 것이라고요. 편지에 적어주신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읽다 보니 그 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친구는 관계가 흐름 같다는 말에 어떻나 설명도 덧붙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 저는 그 말의 의미를 혼자 곱씹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때의 저 역시 명확한 구분도, 정답도 없는 유동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온기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흐름에 몸을 맡기고 관계 속에 머물 수 있는 친구가 조금 부럽기도 했어요.


저는 그때도, 어쩌면 지금도 온기님처럼 '완벽한 나'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어제보다 오늘 한 사람에게라도 더 사랑받고 싶고, 내일은 한 명 더, 그다음 날에도 한 명 더... '지구상의 모두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내 불안은 전부 사라질까?'라는 의문에 다다랐을 때, 이 열망이 양날의 검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온기님은 좋은 사람이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셨을까요?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온기님의 내면이 훨씬 깊고 진중해졌으리라 생각해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매일 품고 산 사람이기에,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걸지도 몰라요. 저도 그리 긴 삶을 산 건 아니지만, 한 때 내 페르소나가 나의 본질과는 너무나도 멀찍이 떨어진 가면 같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조심스레 제 경험을 공유해드리고 싶어요.


'매일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에요.' 그때 제가 묘사했던 저의 심경은 이랬어요. 언제나 솔직하지 못하고 나답지 않은 가면을 한 겹 두른 채 세상을 살아가는 기분이었죠. 언젠가 다다랐으면 하는 '이상적인 나'를 잠시 흉내만 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안달이 났어요.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조언해 주더군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근데, 너만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아.'라고요. 그리고 사실은 진짜 제 생각도, 노력도 다 알고 있었다고요.


그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저의 페르소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난 뒤부터,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어요. 모든 것에 조금씩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임해보기로요. 완성된 채로 세상에 나가려 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면서 나를 다듬는 편이 훨씬 더 편안하고 쉬운 일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음에 조금 아쉬웠어요. 물론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습관적으로 예전처럼 굳을 때가 많지만, 이젠 확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한 제 모습도, 완벽하려 애쓰던 모습도 모두 저의 한 부분이었다는 걸요.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기에,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고요 :)


관계는 흐름 같다는 말에 이제는 조금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작용도 이렇게 복잡한데, 그런 사람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사이에서 어떻게 명확한 정답과 선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항상 정답을 찾아 좇기보다는 우연이 작곡하는 선율에 나를 맡겨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온기님이라면 분명 어디에 얹어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테니까요. 저의 짧은 편지가 온기님의 선율들 속 작은 쉼표가 되어주길 바라보며, 이만 마쳐봅니다.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wHpfBK9Z3EcGC-wemC9i2XPTmEI.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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