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정말 없는 걸까요?

온기레터, 마흔 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게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원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늘 궁금해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영원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잘 신고 다니던 운동화 밑창은 왜 닳아 없어지는지, 눈빛만으로 충분했던 친구와는 왜 멀어지는지, 사랑했던 사람은 왜 점점 마음이 사라지는지, 영원하고 싶은 순간은 왜 지나가는지,


내 감정, 생각, 마음 모두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제가 욕심이 많은 걸까요? 영원은 정말 없는 걸까요?





✉️ 오늘의 답장편지

영원이라는 건, 우리가 영원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소중한 온기님께


온기님께서 용기 있게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어요. 잘 신고 다니던 운동화 밑창은 왜 닳아 없어지는지, 사랑했던 사람은 왜 점점 마음이 사라지는지, 친했던 친구와는 왜 멀어지는지, 영원하고 싶은 순간은 왜 지나가는지… 세상에 영원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이야기 전해 주셨어요.


온기님의 편지를 읽고 한참을 ‘영원’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어요. 사실 저는 그동안 영원이라는 말이 존재하고, 이성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현실 속에서는 쉽게 관측하기도, 느끼기도 어렵더라고요.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부식하고, 변화하고, 없어지니… 그렇다면 영원이라는 말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하는 물음도 생겼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영원이라는 건 우리가 영원을 바라는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좋아했던 운동화라고 자주 신다 보면 밑창이 닳아 없어지지만, 그 운동화를 구매했을 때의 설렜던 감정과 운동화를 신고 다녔던 추억은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사랑했던 사람의 마음은 점점 사라지지만, 사랑에 빠진 순간과 사랑했던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거예요.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지만, 그 친구와 웃고 울었던 감정들은 멀어지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잘 보관될 거예요.


영원을 바란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끝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좋아서, 행복해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게 되는 마음인 거죠. 어쩌면, ‘영원’은 끝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그 순간에 담긴 셀 수 없는 마음 아닐까요? 감정도, 생각도, 마음도 모두 영원하길 바랐던 온기님의 그 마음이야말로, 영원에 가장 가까운 무언가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영원한 것을 생각해 보다, 반대로 영원하지 않은 것만이 가진 낭만도 한번 떠올려 봤어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 시절을 더욱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고,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도 있지요. 우리는 모든 시간이 과거가 되는 현실에서 살고 있으니, 과거를 염원하고, 영원을 바라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난날들, 닳은 물건, 그리고 바래진 마음 안에 담긴 과거의 좋은 기운이 온기님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원을 바란다면 계속되길 바라는 그 순간에 더 진심을 담아 보면 어떨까요? 온 마음을 다 담아 본다면, 그 순간의 끝에 후회와 미련은 없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온기님의 앞에 펼쳐질 반짝이는 길,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될 더욱 멋지고 빛나는 순간을 기대하며 새로운 걸음도 힘차게 내디뎌 주시길 응원할게요. 지나간 순간을 그리워하는 오늘도, 미래의 어느 날 그리워하는 ‘지나간 순간’이 되어있을 거예요. 온기님의 오늘이, 망설임과 후회가 아닌 기대와 설렘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온기님, 영원은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몰라요. 온기님의 마음 안에, 기억 속에, 다정한 오늘 속에 이미 영원의 조각들이 반짝이고 있으니까요. 온기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 세상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지기를 바라요. 혹여 누군가는 세상에 영원이라는 게 없다고 말해도, 저 온기우체부는 온기님을 영원히 응원하고, 또 응원하겠습니다.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YhrBv5T3SeAxwbu90Nf7VKD4bTk.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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