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할머니! 거기서 잘 지내지? 난 바쁘게 잘 지내고 있어. 혹시 내가 너무 슬픔에 빠져 있을까 봐 할머니가 일부러 바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위에다가 다시 한번 말해줘... 이만하면 됐다고 ㅎㅎㅎ
정말 힘들 때는 할머니한테 가고 싶다는 나쁜 생각도 아주아주 잠시 했었는데, 나 이제 이런 농담도 하는 거 보면 많이 괜찮아진 거 아닐까?
사람들이 마음 아픈 데에는, 특히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잖아. 근데 그거 다 거짓말인가 봐. 오늘도 정말 바쁜 날이었는데, 문득 든 할머니 생각에 혼자 울면서 꾸역꾸역 일했어.
무뎌지지도 않고, 제멋대로인 이 슬픔을 가지고 평생을 어떻게 살지? 할머니와의 행복한 기억보단 내가 못 해 준 거에 대한 후회가 너무 버겁게 느껴져서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하겠어.
할머니, 나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걸까?
오늘의 답장편지
소중한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온기우편함에 소중한 마음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온기님의 요즘은 어떤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나요? 보내주신 편지, 할머님께 잘 전달했다는 소식 전하면서 온기님께 안부 여쭙고 싶어 이렇게 답장 적어봅니다.
누군가를 영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그 누군가가 같은 지구에 발붙이고 있지 않을 때는 더더욱이요. 하다못해 물건에 난 상처조차 감쪽같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음 한편에 커다랗게 자리한 누군가로 인한 상실감은 얼마나 거대하고 영구할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그런데 그 상실감은 괴로운 만큼, 또 물처럼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밸브가 고장 난 수도처럼,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서야 물방울같이 잦아드는 것이 상실감이라는 감정이니까요. 그런 감정들은 막아내고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소진해 완전히 연소시켜야 비로소 마무리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온기님께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불쑥불쑥 후회의 얼굴을 한 괴로운 감정들이 고개를 들이밀 거고 그런 과정들이 절대 쉽지만은 않겠지만, 사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모든 것에는 결국 총량이 있기 마련이라서, 견디고 참아내려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통증이 줄어드는 때가 분명히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고통 끝에 진주가 만들어지듯이, 무뎌지고 잊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었음을 기억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며 마주하는 방향으로요.
저는 애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수용하며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그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말을 떠올리곤 했어요. 상실을 경험한 이전과 이후는 절대 같을 수 없지만, 이후의 시간에도 삶은 이어지는 법이기에, 결국 중요한 건 하루하루 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해 오늘을 살아내는 일이라는 말을요.
그러니 괜찮아지려고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온기님. 그 어떤 상태도 모두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니까. 하루하루 살아가고 계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니까. 울고 싶을 때 마구 울고 도망치고 싶을 때 도망치더라도 오늘을 살고 있는 온기님께서 다시 걸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언젠가 정말로 ‘괜찮아지는’ 날이 찾아올 거예요. 너무 오래지 않아 온기님 마음속의 폭풍우가 그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식사 잘 챙겨 드시고, 또 안부 전해 주세요.
온기우체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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