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함을 잊은 그대들에게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로 시작하는 글쓰기

by 이민정


「자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게 되어 유감스럽군.
지금 당신의 아내는 내가 데리고 있어. 아내가 사라진 지 일주일쯤 되었지 아마?
당신을 줄곧 지켜보았네. 처음에는 아내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하더군. 오히려 어디 갔냐며, 왜 안 보이냐며 짜증만 내더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아이들은 엄마를 찾고… 그제야 슬슬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눈치였어. 아내를 다시 당신 곁으로 데려가고 싶다면 서두르게. 더는 당신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거든.
아! 그전에 아마도 자네가 여러 가지 것들을 궁금해할 것 같은데.
아내의 상태라던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이 편지를 보내는 사람도 궁금할 테고 말이야. 난 당신 부부를 잘 알아는 사람이라네. 나는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존재일 거야.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군. 자! 이제부터 잘 생각해서 나를 찾아오게.
자네는 아내를 사랑했지. 나도 잘 알고 있다네.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끼고 사랑했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의 그 마음이 점점 시들해 가더군. 익숙해진다는 건 어쩌면 참 무서운 거야.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이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소중함 따위는 잊은 채 살아가게 되지. 아내가 당신에게 했던 배려들을 기억해 보게. 그건 당연한 행동이 아니야. 당신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그 마음을 받을 때의 자신의 마음은 어땠는지 떠올려보게.
집에서 아이만 보는 아내가 답답하고 말이 안 통한다 느껴졌겠지. 모성에만 충실한 것 같은 아내에게 서운함도 느꼈을 테고. 혼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도 버거웠겠지. 고단한 삶이라는 거 잘 아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행동들이 정당화되진 않아.
그래 어쩌면 난 당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군.
당신의 아내가 사라진 지 일주일 동안.
그리고 내 편지를 읽고 난 지금 이 순간! 느끼는 바가 있는가?
당신의 삶을 원래대로 돌리고 싶다면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뭔가를 가져오게.
아내의 몸값을 얼마로 여길지 궁금하군. 마지막으로 당부를 하자면, 그쯤은 잘 알겠지만, 나에게 올 때는 혼자서 와야 할 거야.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시게. 아내를 되찾을 수 있길 바라네.」


이 편지를 보내는 나에 대해서 궁금한가?
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은 아닌,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그런 존재일세.
사람들은 부부의 연이란 억만 겹의 인연이 엮어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지. 보통의 연으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그걸 잊는 걸 지켜봤지. 처음 사랑했던 그 모습을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아니, 묻고 싶었어.
자신에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사랑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이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고민하고 행해봤는지 말이야.
내가 편지를 보낸 그 사람만이 아니야. 난 모두에게 묻고 싶어.
그리고 각자가 그 답을 찾아 주길 바라네.
자신의 옆에 머무는 사람에게 더 진심을 다해 대하게. 더 사랑하고 아끼고 행복하길 바라네.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살길 바라네.



#인질의몸값을요구하는편지로시작하는글

#글쓰기훈련중

작가의 이전글1번의 라면이 23724번의 밥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