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이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분홍빛으로 물든 작은 얼굴, 온 세상이 고요히 멈춘 듯 나를 향해 들려오던 첫 울음소리.
그 울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롭고 사랑스러운 음악이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게 완벽하다고 믿었다.
앞으로 아이와 마주할 눈빛, 미소, 첫 발걸음, 첫 목소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안으며 사랑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사람들은 늘 말했다. “아이는 눈을 보고 웃어줄 때 가장 사랑스럽다.” “엄마를 알아보고 눈을 맞추는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은 녹아내린다.” 나도 그 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아이의 시선은 늘 다른 곳을 향했다. 작은 장난감 바퀴가 도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창가에 비친 햇빛에만 온 마음을 빼앗겼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왜 나를 안 보는 거지? 왜 엄마인 나를 모르는 걸까?’
처음엔 그저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건네는 무심한 말들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다른 애들은 벌써 눈도 맞추고 엄마 따라 웃는다는데.” “혹시 발달이 늦은 거 아냐?” 때로는 가까운 이의 작은 농담조차 내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나는 매번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엄마로서 뭔가 부족한 건 아닐까, 아이가 나를 외면하는 건 내가 잘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밤마다 아이가 자고 나면 불 꺼진 거실에서 혼자 울음을 삼켰다.
그러던 어느 날에 아이가 바닥에 앉아 작은 자동차를 손가락으로 또르르 굴리고 있었다.
나는 지쳐서 그저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았있었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거나, 억지로 고개를 돌리게 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곁을 지켰다.
그때였다. 아이는 눈을 들지 않은 채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다 내 옷자락 끝을 살짝 손끝으로 스쳤다. 너무나 미약한 움직임이었지만, 내겐 그 순간이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아이가 눈을 보지 않아도, 나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내가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날 이후 나는 많은 것을 되짚어 보았다. 눈을 마주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사랑이란 정말 눈빛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일까? 아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존재했다.
내 옆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는 것, 내 곁에 머무르는 것, 장난감을 돌리면서도 내 무릎 가까이 와 앉는 것. 그것이 아이가 보여주는 사랑의 언어였다. 나는 그동안 눈빛만을 사랑의 증거로 여겨왔던 내 좁은 시선을 부끄럽게 돌아보았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다. 여전히 아이는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의 얼굴을 보고 방긋 웃을 때, 그 모습이 부러울 때도 있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다시 불안해지고, 여전히 외로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내 아이가 나를 모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다른 방식으로 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 깨달음은 내 양육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나는 더 이상 아이에게 눈을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옆에서 체온을 나누고, 손끝에 닿는 작은 움직임을 소중히 받아들인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곁을 지켜주는 시간 속에서, 나는 눈빛보다 깊은 사랑의 흐름을 경험한다.
어쩌면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함께 내쉬는 숨결 속에, 아무 말 없이 머무는 고요 속에, 아주 작은 손끝의 떨림 속에 존재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눈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가 전해오는 그 미묘한 온기와 움직임 속에서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괜찮아, 네가 눈을 보지 않아도 나는 네 곁에 있어. 너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