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 사이 두 팔로 껴안은 사랑

3부-빛을 찾아서

by 만두콩

14장. 작은 기적


해가 쨍한 여름이 막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평소처럼 고래상어 인형을 안고 있었다.

나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다가 무심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


기적처럼, 아이가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내 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을 삼켰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의 반응을 더 예민하게 관찰했다.

이름을 불렀을 때, 특정한 톤으로 말했을 때, 혹은 손에 고래상어 인형을 들고 있을 때. 조건이 겹쳐지면 아이는 가끔 내 쪽을 향했다.

그 순간들은 짧고 희미했지만, 내겐 한없이 찬란했다.


나는 매일 작은 노트를 채워갔다.

‘오늘 아이가 눈길을 2초간 돌림.’ ‘이름에 반응함.’ 이 기록은 치료사와 상담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되었고, 동시에 나를 버티게 하는 증거였다.

아이는 여전히 중증 자폐라는 진단명 아래 있었지만, 나는 점점 그 이름을 절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