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가장 깊은 이야기
갤러리의 천장이 낮게 울리고 있었다. 은빛 가루처럼 흩날리던 빛이 점점 거세게 몰려들며 내 몸을 감쌌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서로 뒤엉키며 파열음을 내듯 진동했고, 색들은 허공으로 솟구쳐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떨었다.
“이건... 너무 커요. 내가 감당할 수 없어요.”
내 목소리는 울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옆에서 미스터 Lee의 작은 손이 내 팔목을 붙잡았다. 손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 묘하게 단단한 힘이 전해졌다.
“괜찮아요.”
아이의 목소리는 낮게 울려 퍼졌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어요. 이 파도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당신을 가두고 있었는지. 이제는 그 이야기를 꺼내야만 해요.”
나는 눈을 감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목구멍 끝에서 오래 묻어둔 단어들이 터져 나오려는 듯 부딪치고 있었다.
“.... 그날, 나는...”
숨이 막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만이 흘러내렸다.
아이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서 속삭였다.
“계속 말해요. 괜찮아요. 제가 듣고 있어요.”
나는 겨우 입술을 열었다.
“.... 나는 그날,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어요.”
순간, 벽이 갈라지듯 흔들리며 그림 속에서 검푸른 바다가 솟아올랐다. 파도는 벽을 넘어 현실처럼 쏟아졌다. 물결이 내 발목을 휘감으며 끌어내렸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는 내 앞에서 웃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괜찮다고, 울지 말라고 웃어줬어요. 그런데 나는… 나는 손을 뻗고도 잡지 못했어요. 그날 이후로 매일, 그 손끝을 다시 잡는 꿈을 꿔요. 하지만 눈을 뜨면, 나는 여전히 혼자예요.”
내 절규와 함께 파도는 거세게 요동쳤다. 은빛과 붉음이 뒤엉킨 바다가 갤러리 전체를 삼킬 듯 몰려왔다.
나는 흐느끼며 소리쳤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다면.... 그녀는 살아 있었을 거예요. 모든 게 내 잘못이에요. 그래서 난, 매일 그 바다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
그때, 환영이 나타났다. 파도 너머에서 그녀의 모습이 어렴풋이 빛났다. 부드러운 미소, 따뜻한 눈빛. 그녀는 내 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괜찮아.”
그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너무도 선명해서, 나는 숨조차 멈췄다.
나는 울먹이며 손을 내밀었다.
“정말...괜찮은 거예요? 나는 아직도... 당신을 지키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한데...”
환영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손끝은 내게 닿을 듯 말 듯 아슬하게 멀리 있었지만, 그 웃음은 나를 품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 미스터 Lee가 내 곁에 앉았다. 그의 가면에도 다시금 금이 갔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세요. 당신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녀는 여전히 당신 안에서 살아 있어요. 당신이 매일 부르는 그 이름, 당신이 매일 흘리는 눈물이 바로 그녀를 여기에 머물게 하는 거예요.”
나는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죄책감에 묶여 있어요. 그게 나를 무너뜨렸어요.”
“죄책감은 사랑이 남긴 그림자예요.”
아이의 목소리가 파도 속에서 울렸다.
“하지만 이제, 그 그림자를 사랑으로 바꿀 차례예요. 당신이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미소는 죄책감이 아니라, 사랑의 증거였으니까요.”
그 말이 내 심장을 강하게 쳤다. 나는 다시 환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괜찮아. 그 단어가 다시 울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홍수처럼 흘러내렸지만,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파도는 여전히 거셌지만, 나는 그 속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내 안의 가장 깊은 상처가 드디어 입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갤러리 전체가 거대한 파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파도는 더 이상 나를 삼키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들어 올려, 천천히 감싸 안고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마지막처럼 울렸다.
“이제 됐어요. 당신은 드디어 가장 깊은 이야기를 꺼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