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바다처럼 품는 사랑

5. 안아줄 수 있는 힘

by 만두콩

아이가 달님 시계처럼 천천히 도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나는 이전보다 훨씬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남들과 속도를 비교하며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생겼고, 다른 아이들이 이미 앞서 달려간다 해도 그것이 곧 우리 아이의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조금은 믿을 수 있었다.

나는 아이의 느린 걸음을, 때로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머무르는 모습을, 그저 아이만의 방식이자 아이만의 리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단숨에 사라지게 만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거대한 폭풍이 몰려왔고, 그 폭풍은 언제나 아이의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의 마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한 바다와도 같았지만, 그 평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주 작은 파문조차도 곧 거대한 파도로 번져 아이의 내면 전체를 흔들었고, 그 파도는 아이 자신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몰려왔다.

작은 소리 하나, 낯선 환경의 공기, 예상치 못한 변화의 순간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무너뜨리는 신호처럼 작용했고, 아이는 몸을 움츠리며 두려움에 짓눌렸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머리를 세게 치거나 바닥을 발로 구르며 몸부림쳤고, 얼굴은 울음으로 붉게 달아올랐으며, 그 작은 몸은 고통과 불안으로 떨려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엄마인 내가 아이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도, 그 원인을 대신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한없이 무력하게 만들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어느 저녁, 아이는 이유도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여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 손으로 자기 머리를 수차례 세게 내리쳤고,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며 끝내 울부짖었다. 나는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내 손길마저 거부하듯 몸을 비틀며 더 세게 소리를 질렀다. ‘어떡하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지?’ 수많은 질문이 한꺼번에 몰려와 나를 덮쳤고, 그 순간 나는 내가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움직였다. 아이가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나는 두 팔을 벌려 아이를 껴안았다. 아이는 처음에는 더욱 크게 울며 내 품에서 벗어나려 했고,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의 작은 몸이 내 품에서 버둥거릴수록 나는 더 단단히 끌어안았고, 아이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시도록 그대로 품었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의 울음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조금씩 그 강도가 약해졌고, 급하게 들썩이던 어깨가 천천히 느려졌다. 떨리던 숨결이 조금씩 고르게 이어질 때까지, 나는 한순간도 팔을 놓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의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줄 수 없었고, 아이의 불안을 영원히 지워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사랑은 그 모든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이를 놓지 않고 끝까지 안아줄 수 있는 힘이었다. 나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지만, 울음이 사라질 때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었고, 나는 아이의 고통을 없앨 수는 없었지만, 고통 속에서 아이를 품에 안을 수는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엄마로서 내가 가진 유일하고도 가장 큰 힘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의 폭풍 같은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든 다시 찾아올 그 순간이 여전히 힘겨울 것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이제 두려움 대신 믿음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스스로를 때리고, 울고, 세상에 분노할 때조차, 나는 주저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받아 안을 것이다. 아이가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하면 더 단단히 안아줄 것이고, 아이의 눈물이 내 옷을 적시고 심장을 파고들 때도, 나는 한순간도 그 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내 품은 아이가 세상에서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항구이기에, 나는 언제까지나 그 항구가 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아이는 여전히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고래상어 인형을 꼭 품어야만 세상과 맞설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 여전히 천천히, 때로는 멈추어 서 있는 걸음으로만 길을 걸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모든 모습이 그대로 내 아이의 빛이며, 나는 그 어떤 모습도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 모든 모습이 아이의 삶을 이루는 찬란한 리듬이다. 나는 매일 다짐한다. “괜찮아, 네가 무너져도, 흔들려도, 엄마는 널 끝까지 안아줄 거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아이가 조금씩 자기 길을 걸어 나갈 때, 엄마의 품 안에서 느꼈던 따뜻한 온기와 안전감이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을 거라고. 세상이 흔들리고 두려움이 몰려와도, 아이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발걸음을 내딛으리라. 그것이 내가 아이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사랑의 가장 큰 증거이자 선물이다.


“너는 세상의 속도와 방식에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 너는 있는 그대로 이미 충분히 소중하며, 언제 어디서든 엄마의 사랑은 네 곁에 있다. 울어도 괜찮고, 주저앉아도 괜찮다. 네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엄마는 너를 끝까지 안아줄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너의 걸음을 네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