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강당을 걸으며 같은 부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미영씨가 나에게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서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그 대화를 바탕으로 미영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미영아, 오늘 점심시간에 강당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네가 "팀장님은 주말에도 일찍 사무실에 나오시던데, 뭐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았어. 네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으로 들렸거든. 그때 내가 주말 아침 루틴에 대해 이야기해줬지? 토요일 오전엔 줌으로 글쓰기 강의를 듣고, 일요일엔 강의 내용 정리나 책을 읽는다고 말이야.
나도 한때는 직장 일과 육아로 늘 허둥대며 바쁘게 살았어. 너처럼 정신없이 지내던 때가 있었지. 그런데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거짓말처럼 나만의 시간이 생기더라. 그 빈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가고 있는 거야.
그때 너에게도 말했지만, 지금은 정신없겠지만 너에게도 언젠가 좋은 시간이 반드시 올 거야. 그때 뭘 할지, 지금부터 조금씩 생각해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해. 내가 글쓰기를 추천하긴 했지만, 꼭 글쓰기가 아니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자신만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이야.
주말에 일찍 나와 시간을 보내려면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절대 안 돼.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을 미리 정해야 해. 예를 들면, '책을 두 장 읽겠다', '일기를 30분 쓰겠다', '강의 하나를 듣겠다'처럼 말이야. 이렇게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주말 아침에도 기꺼이 일어나게 되고, 사무실에 와서도 딴 데로 새지 않고 그 일을 하게 돼. 나 역시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야. 글쓰기 강의를 수강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침 루틴이 생겼고,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게 되었거든. 어느 순간부터는 강의가 끝난 후에도 사무실에 남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익숙해졌어. 그 시간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물론 나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야. 실무를 하지 않는 팀장이기에 실무자보다 시간이 여유로운 건 사실이고, 그 시간을 나만의 성장에 쓰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도 있지만, 혹시 직원들 눈에는 '일 안 하고 글만 쓰는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해. 하지만 나는 믿어. 직장에서도 사람은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성장은 일 외의 시간, 일과 조금은 거리를 둔 그 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너희 직원들에게 항상 말하고 싶어. 일은 일대로 잘하면서도,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되라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생각의 힘을 키우면, 민원을 대할 때나 보고서를 쓸 때도 한결 더 단단해질 수 있어. 그렇다고 내가 제안하는 글쓰기나 독서가 정답은 아니야. 음악을 들어도 좋고, 운동을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자신을 들여다봐도 좋아. 단지, 내 시간에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한다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야.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 지금은 너의 시간이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 시간이 온다. 그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지금부터 조금씩 생각해 봐. 주말의 몇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면, 그건 앞으로의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좋은 시작이 될 테니까.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오기를 바라고, 그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치고, 한 줄을 쓴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