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날씨에 참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엔 더웠다가 또 금세 서늘해졌다.
거실과 방을 오가며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더니 아침엔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비라도 올 듯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무거운 습기는 온몸을 짓누르듯 내려앉는다.
몸도 마음도 쉽게 일으켜지지 않는 아침이다.
신문을 보니 날씨 탓에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다는 기사가 실렸다.
시금치는 무려 78%가 올랐고, 고등어도 12% 인상됐다 한다.
기후 변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한 해 한 해 실감하면서도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듯해 불안하다.
위기가 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불안해지지 않을까.
오늘은 유독 그런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초조하고 불안하다.
혹시 나만 그런가 싶다가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불안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면 회복이 어려운 위기가 온다는데
벌써 1.3도까지 오른 상태라고 한다.
우리는 너무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느라
눈앞에 닥치지 않은 기후 위기의 실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기후까지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시대. 정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기후 문제는 단지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숙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현실로 바로 다가오지 않아서일까.
문득 예전에 있었던 새마을 운동이 떠올랐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국민 전체가 정신을 개조하듯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그 시절.
기후 문제에도 그런 국민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걸까.
그런 의식을 이끌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이렇게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걱정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불안이 헛된 건 아니지 않을까.
최소한 그걸 느끼는 데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고 싶다.
아침에 삶은 계란을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았다가 다시 플라스틱 통으로 옮겨 담았다.
큰 도움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