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돌침대와 돌소파를 사고 싶어 하셨다. 나에게 유튜브에서 돌침대 전시장 영상을 보여주며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영상 속 전시장은 꽤 넓어 보였다. 엄마는 거기에 있는 돌침대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다. 침대 틀은 편백이나 소나무 같은 통나무로 되어 있고 시트는 돌로 된 침대였다.
얼마 전 나는 엄마와 함께 동네 백화점에 가서 돌침대를 보았다.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그냥 그곳에서 사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제품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백화점 직원의 설명에 신뢰가 갔다.
직원은 “이 돌은 밀양 영양 칠보석인데 다른 돌과 달리 공기층이 없어 덜 딱딱해요. 들어보세요”라고 하며 두 가지 돌을 손에 올려주었다. 확실히 영양칠보석과 맥반석은 느낌이 달랐다. 칠보석은 지금은 한국에서 더 이상 채석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래서 이 돌침대를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좋은 기운이 나온다는 말도 믿음이 갔다.
그런데 엄마는 침대 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중요한 건 돌이지, 디자인이 뭐가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무말이 없었다. 새언니는 요즘 사람들은 돌침대 다 버린다며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번에는 돌침대와 돌소파를 세트로 맞추고 싶다고 하셨다.
유튜브 영상 속 전시장 위치를 찾아보니 인천이었다. 나도 가보고 싶긴 했다. 자가용으로 가려면 남편에게 운전을 부탁해야하고 대중교통으로는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일단 내가 더 알아보겠다고 하고 집에 왔다.
사실 나는 우리 집 물건도 잘 못 산다. 보통 남편이 산다. 물건 하나를 사려면 어떤 제품이 있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공부해야 한다. 요즘은 정보도 많고 물건도 많아서 더 선택이 어렵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알아보는 일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백화점에서 그냥 사자고 엄마께 말한 거였다.
남편에게 인천 전시장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그냥 유명 메이커 사라고 했다. 가고 싶지 않다는 의견 같아 더는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보여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이 어떤 건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나무색 돌침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색 소파. 엄마는 이번에 가구사면 죽을 때까지 써야하지 않냐며 소파가 더러워지거나 헤지면 이제는 바꿀 수 없다고도 하셨다.
돌침대는 호불호가 있지만 후기는 많았다. 그런데 돌소파 후기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소파는 푹신한 걸 사야 한다고 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소파까지 돌은 아니라고 했다.
출근해서 나의 고민을 ChatGPT에게 이야기했다. 돌소파는 푹신하진 않지만 허리에 좋고, 일어설 때 지탱이 된다고 알려줬다. 엄마에게는 좋은 점일 수 있었다. 또 돌침대의 돌은 색에 따라 가격이 다를 뿐, 온열 효과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백화점 직원의 말에만 휘둘려 엄마의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엄마가 원하는 대로 편백나무로 돌침대와 돌소파 디자인을 맞추어 선택했다. 침대 크기가 예상보다 커졌다. 주말 내내 책도 못 읽고, 인터넷만 뒤지며 엄마 마음에 드는 돌침대를 찾느라 힘들었다. 출근해서 그 얘기를 하자 한 직원이 물었다.
“팀장님이 사주는 거예요?”
나는 아니라고 했다. 돈은 엄마가 내신다고 했다.
“그럼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그 말을 듣고 순간 '아차!'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침대를 원하면 비용이 큰 문제인데 나는 엄마가 돈을 주며 부탁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징징거렸던 것이다.
노인이 되면 자식에게 부탁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엄마는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버리고 배치도 해야 하고 이삿짐센터 예약, 인터넷 연결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자식에게 하나하나 부탁하려니 그것도 미안한가 보다. 그래서 정말 사고 싶은 걸 참고 계셨을 수도 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나는 외면했다. 오늘 직원의 말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