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에서 시작한 나의 습관
어젯밤 9시, 나는 내가 쓴 책으로 줌에서 독서모임을 열었다.
책먹는 하마 독서모임.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번 달은 내가 직접 쓴 책을 읽고 모이기로 했다. 결정하고 나서도 한참을 망설였다. 초보 작가의 책을 읽고 토론까지 한다는 게 민망했다. 다른 좋은 책들을 제쳐두고 내 책을 끼워 넣는 게 염치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윤정 작가 덕분이었다. 그분이 독서모임에서 자신의 책으로 모임을 진행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한마디가 나를 움직였다. 책상 앞에 앉아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펼쳐 놓는 일, 생각보다 훨씬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을 안고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이 시작되고 나는 책을 내고 나서 받았던 반응들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좋았다는 말도 있었지만 내 글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이 한동안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책으로 인쇄되어 나오면 지울 수 없다. 인터넷에 올린 글처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책임감 있게 써야 한다는 것, 책을 내고 나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배웠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현미님이 말했다. "책 속의 작가님은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사람 같았어요." 희수 작가님도 거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다 할 수 있어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늘 그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하던 사람이었으니까. 이은대(자이언트 북 컨설팅 대표) 작가를 보며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저걸 다 하지?'라고 고개를 갸웃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매일 글을 쓰고, 강의를 준비하고,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이 늘 신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질문이 나에게로 날아왔다.
나도 딱히 대단한 비결이 없었다. 그냥 했다. 책을 쓰기 위해서. 괜찮은 메시지를 경험으로 끌고와야 그 메시지를 내글에 옯길 수 있었다. 책을 쓰기 위해 나의 일상에서 메시지를 찾으려고 애 쓰다보니 이것저것 시도했다. 그것이 책이되었다. 그 시간을 떠올려보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희영님이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다. 칭찬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독서모임 줌 화면을 나오고나니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배운 대로 쓰려고 애썼을 뿐인데, 사람들은 책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은대 작가는 항상 강조했다. 자신의 이야기만 주절주절 쓰는 글은 독자가 읽고 아무것도 가져갈 게 없다고. 글의 후반부에는 반드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그 말을 붙들고 글을 썼다.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나를 계속 뒤돌아보게 만들었고, 그 흔적들이 쌓여 책이 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그 메시지가 가짜가 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해졌다. 올바른 마음으로 살고 싶어도, 살다 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훨씬 많지 않은가. 그럼 나는 내가 한 말과 다르게 사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론을 얻었다.
타인의 눈에 바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는 삶을 살기로 했다. 올바른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반성만 한다고 삶이 나아지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반성하고 바뀌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건 근거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성하는 노력만이라도 하며 사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얼마 전 《처음 하는 철학 공부》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목적은 행복이며, 행복은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지속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이고, 성공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본연의 모습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이 나왔다. 글을 쓰는 사람. 그게 나였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냥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면 행복하다. 쓰고 싶은 날도, 쓰기 싫은 날도, 게으름이 올라오는 날도, 그냥 쓰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내가 생산한 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 힘은 결국 습관이고 좋은 습관을 기르는 일이 성공이라고 했다.
당신도 오늘 아침, 하나만 적어보면 어떨까.
어제 있었던 일 하나, 거기서 느낀 것 한 줄이면 충분하다. 거창한 깨달음이 없어도 된다. 잘 쓰지 않아도 된다. 쓰다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 스스로 알게 된다. 반성하는 사람이 결국 가장 오래 쓴다. 그리고 가장 오래 쓰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