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타던 아침

받아 마시던 삶에서 스스로 챙기는 삶으로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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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출근하면 나는 커피를 마신다. 내가 직접 내린 것도, 카페에서 사온 것도 아닌, 동료가 건네주는 커피다. 그게 나의 아침이었다.


그 직원은 매일 아침 부인을 위해 원두커피를 직접 내린다고 했다. 질 좋은 커피콩을 사서 손수 갈아 드립으로 내리는데, 내리고 나면 남는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출근길에 챙겨왔다. 그리고 그 커피를 나에게도 나눠줬다.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들고 와서는 슬며시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인연은 2~3년 전, 같은 팀으로 일하던 시절에 시작되었다. 그 뒤로 그가 다른 팀으로 옮겨도, 내가 다른 부서로 이동해도 그의 루틴은 흔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꾸준히, 매일 아침.


사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원두의 향미를 음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카페인과 달달한 자극이 좋아서 마시는 사람이다. 그가 "이건 일반 커피랑 달라. 원두가 좋아."라고 말해도 나는 그냥 웃으며 고마워요, 했다. 솔직히 말하면 차이를 몰랐다.

그런데 어느 해 건강검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꽤 높게 나왔다. 의사가 물었다. "커피 좋아하세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시중에서 압력으로 추출하는 방식의 커피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가장 많다고.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맛을 따지기 이전에, 더 적극적으로 그의 커피를 받아 마시게 되었다. 공짜인 데다 몸에도 낫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주, 그 직원이 일주일 장기재직 휴가를 떠났다.

월요일 아침은 그럭저럭 버텼다. 마침 1층 민원 창구 대직 업무가 있어 내려갔다. 이런저런 민원을 처리하다 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커피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문제는 화요일이었다. 사무실 한켠에 놓인 믹스커피 봉지를 뜯었다. 원래 나에게 믹스커피란 점심 이후, 오후 업무의 활력을 위한 것이었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이후로 아침에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아침에 마시고 나니, 입 안이 텁텁했다. 오후에는 느끼지 못하던 그 느낌, 마치 고기 기름이 얇게 낀 것 같은 묘한 불쾌함이었다. 카페인으로 정신은 깼는데 입맛은 버린 기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수요일 아침, 나는 집에서 말차를 챙겨왔다.

캐나다에 갔을 때 딸이 사줬던 말차였다. "엄마, 이거 맛있어. 한번 마셔봐." 딸이 맛있다고 하니 나도 맛있는 것 같았다. 티백으로 되어 있어 먹기도 편했다. 믹스커피처럼 입 안이 무겁지 않았다. 딸은 카페인도 들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괜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머그잔에 말차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머그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창밖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꽉 찼다. 머그잔으로 올라오는 김이 그 하늘의 숨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늘 누군가 건네주던 커피 대신, 내 손으로 타온 말차 한 잔. 뭔가 낯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는 일을 그저 그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받아 마시는 사람이었고, 그게 당연한 아침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자리가 비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그 빈자리의 무게를 느꼈다. 아쉬움도 있었고, 솔직히 직접 뭔가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조금 귀찮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공백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내 아침을 스스로 채워보게 되었다. 믹스커피도 마셔보고, 말차도 꺼내보고. 카페인이 꼭 커피여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빈자리는 허전함만 남는 게 아니었다. 내가 직접 무언가를 찾아보게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가는 바람이 있어야 들어오는 바람이 있다고 했던가. 잃은 것에만 눈이 머물다 보면, 그 사이에 새로 들어온 것을 놓치게 된다.

그 직원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아마 또 그의 커피를 얻어 마실 것이다. 고맙게, 기쁘게. 하지만 이제는 그가 없는 날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말차도 있고, 내 손으로 챙기는 방법도 알았으니까.

작은 것 하나를 스스로 해결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켠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내가 이번 주에 얻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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