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내 말 못 알아 들어요

원칙과 사람사이에서 균형잡기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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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말 못 알아들어요


어제 오후 5시 30분쯤 전화가 왔다. 자동차를 팔려고 했는데 압류가 걸려 있다는 민원이었다. 조회를 해보니 54년생 아주머니였다. 주민세 개인분 네 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체납된 금액이 24,680원이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체납은 체납이었다.

아주머니는 목소리부터 비꼬는 투였다. “아니 압류를 했으면 알려줘야지, 통보도 없이 압류를 하는 게 어디 있어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방세징수법에는 압류를 하면 통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나는 곧바로 “그 부분은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다른 구청은 이 정도로 압류 안 해요. 동대문구청은 이상하네요.”

나는 원칙대로 대답했다. “체납이 있으면 다 압류합니다. 안 하는 곳이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그 순간부터 서로의 말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고지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압류를 해제하려면 납부가 먼저 필요하다. 가상계좌를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이체를 하냐. 우선 압류부터 풀고 고지서를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납부를 먼저 하셔야 압류 해제가 가능합니다.”

“정말 말을 못 알아듣네. 내가 지금 차를 넘겨야 해서 사정을 얘기하는데 내 말을 못 알아들어요?”

“못 알아듣는 게 아닙니다. 저희가 압류를 왜 하겠습니까. 세금을 받으려고 하는거 잖아요. 납부를 하셔야 압류를 풀 수 있습니다.”

대화는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답답하다고 했다. 나도 답답했다.

“더 높으신 분 누구예요. 당신하고는 말이 안 되네. 아니 몇 푼이나 된다고 자동차에 압류를 해요.”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지서 보내드리고 납부확인되면 압류를 풀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계좌이체는 가능합니다. 아시는 분께 부탁해보세요. 은행시간이 지나도 이체할 수 있습니다. 제가 7시까지 있으니 이체 해보세요.”

아주머니는 단호했다. “내가 54년생이에요. 누구한테 부탁을 해요? 내가 내일 간다고 했잖아요.”


그때부터는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10여분을 보냈다. 자동차 압류해제 절차는 이미 정해져 있다. 체납이 있으면 가상계좌를 알려주고, 납부하면 압류를 바로 해제하는 방식이다. 금액이 작다고 해서 납부 없이 압류를 풀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정을 말하면 다른 재산을 압류하거나, 일부 납부하고 일부는 언제까지 내겠다는 약속을 받아서 해제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민원인의 말만 믿고 납부 없이 압류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아주머니는 “내가 다른 부동산이 있으니 그거 압류하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재산을 조회 했다. 시간이 좀 걸렸다. 아주머니는 뭐가 그렇게 시간이 걸리냐며 나를 무시하며 비아냥거렸다. 가슴도 뛰고 손도 떨려서 자판 잘 쳐지지 않았다. 옆에 직원에게 부동산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동대문 뿐만아니라 도봉구에도 주택이 있었다. 나는 차량 압류해제하고 부동산 압류하겠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그럼 언제 자동차 압류가 해제되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압류해제는 지금 바로 하겠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등록원부 떼느라 세 시간이나 걸렸는데, 다시 원부를 발급받아야 하냐고 물었다. “그건 알아서 하셔야죠. 원하시는대로 압류해제 했습니다. 대신 부동산 압류도 바로 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정말 내 말을 못 알아먹네. 내일 내가 구청 가서 구청장 만나야겠네.”

나는 지쳐서 말했다. “아주머니가 원하시는 게 압류해제 아니셨습니까. 저는 바로 해제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고지서를 보내드리고 납부 안 하시면 부동산 압류를 하겠습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전화를 끊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감정은 이성과 달랐다. 아주머니는 나를 몰아세웠고, 나 역시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결국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부동산 압류 얘기가 나왔을 때는 속으로 ‘좋다, 안내면 그대로 압류하겠다. 잘 말했다. 난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주머니가 등록원부를 다시 발급받아야 하냐고 물었을 때, 곱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제가 알 수 없다. 알아서 하셔야 한다.” 그 말에는 지친 내 마음과 억눌린 화가 그대로 묻어났다.

민원인은 끝내 “내일 내가 가서 네 얼굴 보겠다”는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그 말은 감정이 잔뜩 실려 있었다.


우리 과에서는 매달 수천 건의 자동차 압류를 한다. 일일이 통지서를 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부분 지자체도 자동차 압류를 했을 때 압류통지를 따로 보내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압류는 체납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납부를 하지 않으면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압류다. 그마저 하지 않으면 체납은 그대로 쌓이고, 공평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불공정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규정이었다. 납부도 하지 않았는데 압류를 풀어주면 감사에 걸린다. 감사에서 문제 삼으면 징계는 내가 받는다. 민원인의 사정은 선처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내가 내 살 길을 챙겨야 했다. 그래서 원칙대로 납부 전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아주머니는 본인이 불편하니 압류를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금액이 적은데 왜 자동차에 압류를 거느냐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 자신의 사정만을 봐달라는 민원인의 요구에 난 감정이 상했다.


퇴근길에도 그 통화가 계속 떠올랐다. 내가 잘못한 걸까. 원칙대로 했을 뿐인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물론 아주머니가 54년생이고 계좌이체를 어렵게 여긴다는 점은 이해했어야 했다. 아니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 걸까. 민원인의 불편을 모두 내가 떠안아야 하는 걸까.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털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움직이고 있었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어제의 일도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부동산 압류까지 하고 싶진 않다. 아주머니가 오늘 와서 세금을 내고 갔으면 좋겠다. 안 오면 부동산 압류를 해야겠지만, 그 일도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나는 민원 대응에서 늘 딜레마를 느낀다. 원칙과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 원칙만 고수하면 차갑다는 말을 듣는다. 감정에 치우치면 규정을 어기게 된다. 그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제의 일은 단순히 작은 금액의 체납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행정과 민원, 원칙과 사정, 공정과 이해라는 여러 갈등이 얽혀 있었다. 민원인은 자신이 억울하다고 했다. 나도 억울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를 몰아세웠다. 결국 감정만 남았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마음을 추스르며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어제의 답답함이 조금은 풀린다. 아주머니가 오늘 오시든 오지 않든 나는 다시 내 일을 해야 한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원칙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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