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서
어제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제목은 『스타트 위드 와이』. 예전에 출간되었지만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다 13장, “왜 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그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출근해서 네이버에 정체성을 검색해 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막상 나에게 질문을 던지니 답하기 어려웠다.
나는 태어나서 주어진 대로 살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지 않다. 남이 싫은 소리를 하면 기분이 나쁘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것은 정체성이 아니다. 단지 남의 말에 나를 맞추려는 모습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가. 글공부를 하면서 들은 이은대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삶이 좋으면 그대로 살면 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면 공부해야 한다.” 나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발전을 원하는 사람 아닐까.
어제 저녁, 가족들이 각자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남편은 서랍 속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했다. 나는 줌 강의를 들었고 책을 읽었다. 아들은 컴퓨터 게임을 했다. 가만히 하늘만 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내면을 채우는 일을 하고, 남편은 외부를 정리하며, 아들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을 했다. 집에 쌓여 있는 물건을 정리정돈 하는 일도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배송되어 온 책에 먼저 손이 갔다. 아들의 게임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로 보였다. 그 속에서 아이는 크게 웃고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난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잘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나에게 남는 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할 때가 있다. 책 읽기 싫거나 피곤하면 유튜브 정치 영상에 빠지기도 한다. 보고 나면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는 조금 막혀도 계속하게 된다. 좋아서 한다기보다 그만둘 수 없어서 하는 느낌에 가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지구가 쉬지 않고 도는 것처럼 사람도 뭔가를 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무엇을 하고 왜 하는가’일 것이다. 일상 속 내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 수 있다.
정체성은 멀리 있지 않다. 남이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일에는 정체성이 담기지 않는다. 내가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 그 안에 내가 누구인지가 숨어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면, 때로는 고치고 싶고, 때로는 더 발전시키고 싶어진다.
살아가면서 늘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차분히 살피다 보면, 그 안에서 내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이 꼭 즐겁지만은 않다. 오히려 글을 써야만 내가 조금 더 나아지고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계속 쓰는 것이다. 그래서 정체성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도 하고 있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