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멀리서 보내는 작은 위로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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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네 문자를 보고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엄마, 나도 내가 지금 안정적인지 안일한지 헷갈려.”

그 말 속에 담긴 너의 표정이 떠오르는 것 같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네 마음이 전해졌다.

예원아, 너는 지금 캐나다에서 혼자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을 텐데도 하나하나 스스로 해냈어.

사람들과 지내는 일도, 생활비를 챙기는 일도, 내일 점심으로 뭘 싸가야 하나 고민하는 일도 네 손으로 해결해 왔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인지, 엄마는 알고 있어.

엄마가 제주도 언니 이야기를 블로그에 쓴 걸 보고 네 마음도 흔들렸던 것 같더라.

“나는 안정적인지, 안일한지 헷갈린다”라는 문장 앞에 머물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만 그저 별 생각 없이 썼는데 너의 문자를 보고 나도 생각하게 되었단다. 나는 왜 이 문장을 썼는지를.

그 언니의 개업 소식에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언니가 몇 년 동안 어떤 시간을 견뎠는지, 얼마나 고생하며 그 집을 고쳤는지 알고 있어서야.

그 집을 직접 보고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누군가의 시간을 이해하고 마음을 보아주는 일, 그게 엄마가 안일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기도 해.

예원아.

너도 그런 삶을 살고 있어.

너는 혼자 먼 곳에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하루를 선물하고 있잖아.

너가 그 아이들을 돌봐주니 그들의 엄마는 일을 할 수 있고, 한 가정의 하루가 굴러간다.

그걸 어떻게 ‘안일하다’고 부를 수 있겠니.

사람은 누구나 일한다.

돈을 많이 벌면 가치 있고, 적게 벌면 가치 없다는 건 세상의 잘못된 기준일 뿐이야.

엄마는 네가 지금 하는 일 자체에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네가 하고 있다는 게 엄마는 참 고맙다.

앞날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겠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단단해져.

너는 지금 이미 그 길을 잘 걷고 있어.

제주도 언니가 허름한 집을 고쳐 새 삶을 입힌 것처럼,

사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겪어내며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거야.

언니가 했던 그 일처럼, 지금은 너도 너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든든해.

예원아,

너는 안일하게 살고 있지 않아.

너는 참 잘 살아내고 있어.

그리고 엄마는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이 너를 더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 거라고 믿어.

멀리 있어도, 엄마 마음은 늘 네 곁에 있어.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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