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엉켜도 나는 시작했다

자책 대신 배움을 붙드는 첫 강의의 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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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처음 강의를 하며 스스로를 평가하는 마음과 마주했다


20명 앞에서 처음 강의를 했다. 나는 요약독서법에 대하여 강의를 해야한다. 한두 달 전 줌으로 요약독서법 강사 과정을 들었다. 이은대 작가는 계속 우리에게 “강의를 해보라”고 말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여러 번 줌에서 강의를 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긴장이 올라왔다. 빨리 해치워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지난 금요일에 날짜가 정해졌다. 내가 맡은 부분은 7강과 8강이었다.

일요일에 ppt를 만들었다. 네 시간 정도 걸렸다. ppt는 흰 화면에 글만 넣었다. 디자인까지 욕심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또렷해졌다. 수강생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은가에 집중했다. 강의가 끝났을 때 그들이 읽은 책 한 권이 요약과 실천 과제로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세운 목표였다.


퇴근 시간이 되자 걱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6시가 되자 후다닥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편도 회식이라고 했다. 덕분에 강의 연습하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ppt를 열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멘트부터 꼬였다.

“여러분은 요약독서법을 왜 공부하시나요.”

“아니야, 여러분은 요약독서법을 배우게 된 계기가 뭔가요.”

첫 문장을 말할때 마다 계속 달라졌다. 안 되겠다 싶어 수첩에 문장을 적고 읽기로 했다. 말이 자꾸 꼬이니 긴장도 커졌다. 그러자 ‘원래 나는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8시가 되어 컴퓨터 시계 숫자가 바뀌었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작가님들은 내가 말하는 대로 책 제목, 책 속 문장 세 개 , 나의 문장, 실천 과제까지 채팅창에 써주었다. 나는 ppt 화면을 넘기느라 바빴고, 올라오는 글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가 들어왔는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어려워하는지 쉬워하는지 살필 여유도 없었다. 나는 그저 맡겨진 분량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30분이 지나고 강의를 마쳤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나니 긴장이 빠져나가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어서 이종철 작가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분의 ppt는 도표와 사진으로 가득했고, 몰입감이 컸다. 이미지와 표를 활용해서 핵심문장과 실천 방안을 찾아내는 방식은 내가 어려워했던 부분인데, 그는 자연스럽게 해냈다.


강의 시연이 끝나고 이은대 작가가 총평을 했다. 강의는 강사가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실습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수강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전달하라고 했다. 이종철 작가의 ppt에는 저작권 문제도 짚어줬다. 저작권 있는 사진을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ppt 화면을 보며 설명해주었다. 몰랐으면 나도 아무 사진이나 붙였을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나니 잘하지 못한 부분이 자꾸 떠올랐다. 채팅창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 것 같고, 말에 조리가 없었던 것 같고, 진행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기분이 가라 앉았다. 이런 기분이 나를 평가한다는 감정일까? 그때 비로소 ‘나를 평가한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알게 됐다. 평가는 나를 작게 만들고, 내가 한 일을 못마땅하게 만든다. 그래서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말과 글로는 들어왔던 말이다. 나의 상황에 부딪히는 순간에야 깨닫게 된다. 평가가 나의 발목을 잡고 있고, 새로운 도전을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점은 잊고 이은대 작가가 준 피드백만 기억하기로 했다. 이것이 새로운 도전에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새로운 도전은 나를 키우고, 평가는 나를 묶는다. 나는 나를 묶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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