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헤매고 헤매고 나면 배운다
2차 민생지원금은 식구마다 다 받았다. 군대 간 아들도 받았고 캐나다에 있는 딸도 받았다. 나와 남편도 받았다. 아들은 그 돈으로 군대 가기 전에 안경을 맞췄다. 문제는 딸이었다. 한국에 휴가왔을 때 민생지원금을 받았는데 11월 말까지 써야 하는 10만 원을 그대로 들고 캐나다로 돌아간 것이다. 딸은 “이럴 줄 알았으면 카드로 발급해서 엄마에게 주고 갈걸” 하며 후회했다. 그러더니 카카오페이 바코드와 큐알코드를 캡처해서 보내주며 가게에서 한번 써 보라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직원과 커피숍에 갔다. 나는 종업원에게 딸이 보내준 바코드 캡처 화면을 내밀었다. 종업원이 리더기에 갖다 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종업원은 “캡처 화면은 안 돼요”라고 말했다.
딸에게 실패한 사실을 알렸다. 딸은 난감한지 “그럼 엄마, 내가 캐나다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드릴게요”라고 했다. 한국은 낮이고 캐나다는 새벽이니 사실상 불가능했다. 민생지원금이 해외 배달앱에서 결제될 리도 없었다. 나도 딸도 답답했다.
딸은 결국 자신의 카카오 계정으로 들어가 직접 써 보라고 했다. 주말에 딸이 알려준 계정으로 로그인하자 딸의 민생지원금 10만 원이 보였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쓰느냐’였다.
마트에서 휴지와 세제를 담고 결제를 시도했다. 바코드를 보여주자 종업원이 찍어 주었다. 결제가 되었다. 민생지원금으로 결제가 되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우리매장은 민생지원금은 사용 안되요"라고 말했다. 딸의 돈으로 결제가 되었다. 순간 당황해서 급히 취소했다. 결국 남편 카드로 다시 계산했다. 받는 돈 하나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해서 곽 계장과 커피를 사러 갔다. 나는 다시 딸의 카카오페이 바코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결제가 되었다. 민생지원금 5천 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괜히 어깨가 펴졌다. 곽 계장에게 딸이 11월 말까지 쓰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곽 계장은 점심을 사라고 했고 나도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며칠 뒤 명아와 미영 팀장, 곽 계장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예약은 내가 하기로 했다. 구청 앞 최강낙지로 먼저 가서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여사장님은 계산대 앞에 있는 큐알코드를 가리키며 이걸 찍으면 된다고 했다. 나는 바코트 찍는 리더기는 없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없다고 했고 손님들이 직접 QR코드를 찍어 결제한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난 QR코드를 찍을 화면이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과 함께 이리저리 화면을 바꿔가며 찾았지만 어떻게 QR코드를 찍어야 할지 알 수 었었다. 또 실패하는 건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무실로 돌아와 신규 직원인 예솔에게 물었다. 예솔은 “가게에 바코드 리더기가 없으면 삼성페이로 쓰면 돼요”라고 너무 간단하게 알려주었다. 삼성페이를 쓰려니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딸에게 문자로 비밀번호를 묻자 딸은 금세 6자리 번호를 알려주었다. 비밀 번호를 누르니 핸드폰에 결제할 때 느껴지는 진동이 느껴졌다.
다시 최강낙지로 갔다. 사장님에게 “결제 방법 알아왔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괜히 어깨가 올라갔다. 낙지 볶음3인분, 계란 말이. 감자전까지 푸짐하게 주문했다. 결제를 시도하자 단말기에서 바로 승인되었다.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성공했다. 민생지원금을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직원들은 “그럼 이건 이팀장이 사는 게 아니라 딸이 사는 거네. 딸에게 잘 먹었다고 전해줘”라며 웃었다. 그 말에 나도 웃었다. 내 지갑에서 나간 돈이 아니니 직원들도 더 즐거워했다.
식사 후 산책을 하면서 곽 계장이 물었다. “근데 카카오페이 결제가 뭐가 어려워요. 그냥 누르면 되잖아요.” 그러더니 자기 폰을 보여주며 ‘QR코드 스캔’ 버튼을 눌러 QR코드를 스캔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뀌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그 화면을 보는 순간 멍해졌다. "QR코드 스캔" 이라는 글씨는 바코드 위에 있었다. 심지어 '삼성페이'라고 써 있는 글자 옆에 있었다. 나는 왜 이 글자를 읽지도 눌러보지도 못 봤을까. 딸에게 “엄마 드디어 삼성페이로 결제했다”고 자랑했던 순간이 떠올라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헤맨다. 그 과정을 지나야 바른 방법을 알 수 있다. 실수 없이 배우는 길은 없다. 민생지원금 10만 원을 쓰기 위해 이렇게 헤맬 줄은 몰랐지만 오늘 배운 덕분에 이제는 어떤 가게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이니까 어렵고 처음이라서 헤매는 것뿐이다. 한번 해보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나는 그걸 이번에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