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말이 끝난 뒤에야

사랑을 말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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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캐나다에 있는 딸과 두 시간 통화했다.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통화했지만 마음은 온통 딸 곁에 가 있었다. 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영어 시험 공부를 해서 조금 괜찮았는데, 다음 날이 되자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시험이 코앞인데 잘 볼 자신이 없다는 말에 나는 괜히 더 많은 말을 했다. 도움이 될까 싶어 이런저런 방법을 말했고, 한국에 와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딸은 말했다.


“엄마, 나 영어 못한다고. 학부모랑 선생님들이랑 소통이 안 된다고까지 말해야 믿겠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난 내 말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이야기로 통화는 더 길어졌다. 함께 캐나다에 갔던 친구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고, 딸은 그 곁에서 더 외로워졌다고 했다. 마음은 불편한데 친구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고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역시 딸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을 것이다.



통화 끝 무렵 딸은 말했다.


“엄마, 나는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모르겠어. 사랑은 받는 거 아니야?”


그 말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은 딸이 했지만, 나에게 돌아온 질문 같았다. 혹시 나는 아이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한 건 아닐까.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가 원하던 방식의 사랑을 놓친 건 아닐까. 전화를 끊고 나니 오래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도 딸 생각이 났다.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라도 전해보고 싶어 편지를 써 본다.






딸아.


어제 통화하고 나서 엄마는 네 생각을 많이 했단다. 네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얼마나 혼자 버티고 있는지 그 마음이 계속 마음에 남았단다. 시험 공부가 잘되는 날도 있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단다.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너무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엄마는 믿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쉽게 지치는 것도 당연하지. 캐나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일이야. 어제 엄마가 말을 많이 했지.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단다. 그래도 한 편으로 네가 힘들 때 엄마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엄마는 고맙고 또 고맙웠단다.



딸아.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단다.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너를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참 대단한거야.


사랑에 대해서도 엄마가 너무 쉽게 말했던 것 같다. 사랑은 꼭 주는 사람, 받는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란다.


지금처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사랑이고 외롭고 서운한 마음도 다 사랑에서 나온다.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 사랑한다.


잘 버틸 때도 지쳐 있을 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다 너다. 서운해도 되고 울어도 되. 그 자리에 엄마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엄마는 충분해.



딸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가 힘들 때 엄마는 늘 여기에서 네 편으로 있을께. 비록 너의 마음에 안들어도 엄마는 너의 곁을 지켜주고 싶다.


사랑한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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