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번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것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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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요즘 돈을 버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고추장을 담근다. 고추장이 필요하면 고춧가루를 사서 직접 만든다. 원하면 팔수도 있다. 나는 고추장을 담글 줄 모른다. 그래서 늘 사 먹는다. 같은 고추장이지만 누구는 만들고 누구는 만들지 못한다.


며칠 전 캐나다에 사는 딸에게 전화가 왔다. 변기가 막혔다고 했다. 물을 받아 변기에 붓고 변기 뚫는 도구로 여러 번 변기 속을 쑤셔 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딸의 한 숨소리가 여러 번 들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했더니 사람을 부르면 인건비를 반반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딸은 캐나다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며 불편하더라도 그냥 참고 살겠다고 했다.


나는 마트에서 변기 뚫는 약품을 사 보라고 했다. 꼬챙이처럼 생긴 도구도 있다며 찾아보라고 했다. 딸은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며 하기 싫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딸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다는 마음이 동시에 남아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늘어나는 순간을 지나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주말에 장을 보러 갔다. 국산 자반을 싸게 팔고 있었다. 비닐 포장 안에서 고등어자반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겨울 무는 단단했고, 손에 드니 묵직했다. 고등어와 무만 있으면 한 냄비를 끓일 수 있다. 집에서 한 조림은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있다.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한 조림이 더 입에 맞다.

두 팩을 사서 한 냄비를 끓였다. 혼자 사는 엄마 집에 가져다주었다. 엄마는 맛있다고 했다.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비법이 있다며 공짜로는 알려줄 수 없다고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은 몰랐다. 돈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사야 할 때 필요하다. 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돈을 쓸 일은 줄어든다.


직장인은 집과 직장만 오가며 살고 싶어 한다. 그 밖에서 생기는 일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우고 싶지 않다. 오늘은 그냥 해결된 채로 하루가 끝났으면 한다. 편안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안정과 편안함도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한다. 돈을 버는 일은 소비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나를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쓰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만들거나 팔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번 돈을 더 쓰기보다 번 돈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혹은 팔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그럴 때 돈은 비로소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삶은 조금 덜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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