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경기는 이기거나, 지거나, 아니면 무승부로 끝난다. 그런데 무승부에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가장 단순한 경우는 두 선수가 합의하는 것이다. 경기 중 언제든 서로 동의하면 바로 무승부로 끝낼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기물이 부족할 때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킹만 하나씩 남으면 누구도 상대를 이길 수 없으니 자동으로 무승부가 된다. 킹과 비숍, 혹은 킹과 나이트 하나만 남아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 기물만으로는 체크메이트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킹과 폰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 킹이 앞을 가로막아 도저히 폰을 전진시킬 수 없을 때는 승격(프로모션)이 불가능해져 결국 무승부가 된다. 상대가 시간을 다 써버린 경우라도 내가 승리를 만들 수 있는 기물이 없으면 규정상 무승부다.
체스에는 또 하나 독특한 무승부가 있는데, 바로 스테일메이트다. 킹이 현재는 안전하지만 한 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즉 어디로 가든 곧바로 체크에 걸려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움직일 다른 기물이 남아 있다면 강제로 그 수를 둬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그대로 무승부가 된다. 이기는 쪽에서는 아쉽게도 다 잡은 승리를 놓치게 되는 반면, 지고 있는 쪽에서는 기사회생할 수 있는 행운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같은 포지션이 세 번 반복되면 경기가 무승부로 처리된다. 끝없이 같은 수를 반복하며 시간을 끄는 상황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때로는 지고 있는 쪽이 퀸으로 계속 체크를 걸어 같은 장면을 반복해 무승부로 이끌기도 하는데, 이를 특별히 ‘영원한 체크(perpetual check)’라고 부른다. 또한 양쪽이 50수 동안 기물을 잡지 못하거나 폰을 움직이지 않았을 때도 무승부가 선언된다. 유리한 쪽이 체크메이트를 만들지 못하면서도 (예를 들어 킹과 나이트 하나만 남아 있고 다른 편은 킹만 있을 때) 무승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경기를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체스의 무승부는 단순히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을 뜻하는 게 아니다. 어떤 때는 아쉽게 놓친 승리이고, 어떤 때는 극적으로 얻어낸 구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승부 규정은 체스가 가진 긴장감과 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