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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상 Aug 26. 2023

모든 삶은 흐른다

     바다를 보며 삶을 생각하는 책

프랑스의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 Laurence De Villere는 인생을 바다에 비유한다. 

인생은 바다처럼 끝없이 광활한 세계이며 언제나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다.

그곳은 미지의 세계이며 비밀스러운 아름다움과 풍광이 있지만 

다른 한편 거친 파도와 폭풍, 암초, 난파 등의 시련이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한 시련을 만났을 때 그것을 헤치고 나올 힘을 바다가 주는 지혜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리스에서 17세기 프랑스 철학자들까지, 철학은 삶을 이야기할 능력이 없으며 

삶을 얘기하려면 철학의 개념적인 언어는 포기하고 은유법을 사용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은유법으로 즐겨 사용한 소재가 바다였다.

저자 역시 인생을 말하기 위해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버리고 바다의 생태와 바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 – 섬, 등대, 배와 선원, 바다의 전설 사이렌 등 24가지 소재를 매개 삼아 우리의 삶이 어떻게 자유를 향해 항해할 수 있을지를 얘기한다.

이 책은 출판 직후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어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섬이며 대체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다른 한편 어떤 인간도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항상 움직이고 변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가두는 주변의 어떤 라벨 – 고정 이미지도 거부하고 

자신 만의 이미지를 찾아갈 때 훨씬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진짜 삶을 살려면 중요하지 않은 것, 머릿속에서 종일 떠도는 쓸데없는 잡념과 걱정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런 것 들에서 벗어나 바다 – 거칠 것 없는 자유를 향해 떠나라고 한다.

바다는 신과 하늘, 바람, 별, 달을 더 가깝게 보고 만나며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이 규정한 의무와 당신의 모습에서 자유로워지는 용기를 가질 때 

당신은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탁 트인 가슴과 무한대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느끼는 것은 이처럼 광활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소한 자아에서 

해방되는 것이기도 하다.

‘거품이 빠진 자아’- 남들에게 잘 팔릴 상품처럼 자신을 포장하겠다는 자아와 결별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바닷속에서 몸이 뜨는 것처럼 한없이 가벼워진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중력 상태의 자유를 느끼며 마음껏 인생의 바다를 헤엄쳐 보라고 한다.


삶이 무미건조한 사람들에게는 바다 소금의 맛을 되살려 보라고 권한다.

짠맛에 익숙해지면 그 짠 정도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것은 잘 느끼지 못하고 

더 이상 그것을 탐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욕망은 어느 정도 채워지면 수그러든다. 이미 손에 넣었기에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다. 

그것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더 이상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짠맛을 되찾으라고 권한다.

다만 새로운 것을 욕망하고 소비하는 것이나 앞으로 가질 것을 계획하는 형태가 아니라 

현재 가진 것들이 지닌 의미를 천천히 음미하고 그 맛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한다. 

오래된 우정의 소중함, 누군가와 나눴던 진실한 대화와 공감, 칭찬에 대한 기억들, 

살면서 어떤 찰나 가졌던 짜릿한 경험들을 다시 음미하여 인생에 맛을 더하라고 한다.


삶은 이미 주고자 하는 것을 모두 주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맛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들은 있다. 그 기억의 색채가 흐릿해지면 다시 그 색깔들을 끄집어내어 되살려 보라고 한다.


인생의 좌절과 실패, 상실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은 바다의 파도와 같아

올라가면 내려갈 때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아무도 파도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인생의 파고를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다만 파도에 휩쓸려 쓰러지지 않도록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 파고를 넘는 수밖에 없다. 정 힘이 부족할 때는 방파제에 의지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하며, 무작정 부딪쳐 난파선이 되는 일이 없도록 때로는 일시 도망치는 용기와 차가운 이성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24 항목의 인생의 지혜들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각자 다른 만큼, 읽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와 중요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자리에 앉아 계속 읽어 내려가기보다 여행 중 한적한 바닷가에서 혹은 자투리 휴식 시간 어느 카페 구석자리에서 한 두 항목 씩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는 휴식 – 바캉스의 원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바캉스가 유래한 바카레Vacara라는 단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비어있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바캉스조차도 뭔가로 채우는 분주한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해변에서도 바다만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해변은 수영장, 훈련장, 제트 스키와 스피드 보트의 엔진 소리, 기름 냄새가 뒤덮인 곳으로 변했다. 

현대인에게는 바캉스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 – 비워내고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아니라 더 분주하고 요란하고 시끄러운 시간으로 변했다고 비판한다.

바캉스 기간이면 쓰레기와 폭죽의 잔해로 뒤덮이는 모래사장, 밤늦게까지 떠들썩한 소리와 음악으로 분주했던 한국의 바닷가 풍경이 떠오른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흉한 것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그 분주함을 떠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어느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이 책을 한 두 장 읽으며 빈 시간을 갖고 자연을 오로지 보고 듣고 만지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항해하게 하는 바캉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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