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과 기억의 경계에서
숲으로 갔다.
하얀 하늘과 검은 나뭇가지들의 경계가 희미하다.
하얀 숲길과 검은 포장도로의 경계가 불확실하다.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숲은 검은 나무 둥지, 하늘로 뻗은 가느다란 가지들, 눈 덮인 낙엽, 성에를 얹고 있는 덤불들로 흐릿한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안개는 내 마음에도 내려 앉았다.
이 헛헛함이 혼자인 외로움인지 홀가분한 자유로움인지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이 그대에 대한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매듭지어지지 않는 이 감정이 그대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못한 탓인지
그대의 고통과 사랑, 꿈과 절망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낸 것 같아서
그래서 끝내 작별을 할 수 없는 탓인지
그대가 떠난 지 3년이 되어가는 오늘,
내 마음은 모든 것의 경계가 흐릿하고 뒤섞인 흑백의 수묵화 같다.
축축한 안개가 감싸안은 숲은 서늘한 듯 포근한 듯.
그대와 함께 했던 내 한 생도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