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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계

작별과 기억의 경계에서

by 다정한 세상

숲으로 갔다.

하얀 하늘과 검은 나뭇가지들의 경계가 희미하다.

하얀 숲길과 검은 포장도로의 경계가 불확실하다.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숲은 검은 나무 둥지, 하늘로 뻗은 가느다란 가지들, 눈 덮인 낙엽, 성에를 얹고 있는 덤불들로 흐릿한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안개는 내 마음에도 내려 앉았다.

이 헛헛함이 혼자인 외로움인지 홀가분한 자유로움인지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이 그대에 대한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매듭지어지지 않는 이 감정이 그대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못한 탓인지

그대의 고통과 사랑, 꿈과 절망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낸 것 같아서

그래서 끝내 작별을 할 수 없는 탓인지

안개숲2.jpg


그대가 떠난 지 3년이 되어가는 오늘,

내 마음은 모든 것의 경계가 흐릿하고 뒤섞인 흑백의 수묵화 같다.

축축한 안개가 감싸안은 숲은 서늘한 듯 포근한 듯.

그대와 함께 했던 내 한 생도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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