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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감자탕집에서 시작될 것이다.
괄괄한 소리를 내던 남자 1이 땀을 뻘뻘 흘리다가 냅킨을 집어 들고 이마와 목 뒤를 둘러 닦았다.
그의 뒤에서 감자탕을 먹던 남자 2는 남자 1을 흘깃 보고는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핸드폰에는 주식 방송이 한창이고 아나운서는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있다. 남자 2의 옆 테이블에는 중국 여성 두 명이 밥을 다 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계산을 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원화를 계산하는 듯했다.
감자탕집의 사람들은 언젠가, 분명히, 곧 이곳을 나가야 한다.
나는 감자를 다 발라먹고 나갈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서성거리고 있다. 분명 나는 이곳을 나가야 한다..
이 감자탕집은 체인점이므로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김치는 셀프로 리필을 해 먹는 시스템인데, 셀프 리필 시스템이 낯선 외국인들에겐 종업원이 대리 리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김치를 잘 먹는다. 어쩌면, 감자탕집 입장에서는 변수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이때, 남자 1이 물을 요청한다. 물은 셀프가 아니기 때문에 종업원이 물을 가져다준다. 남자 1은 물을 세 모금으로 나눠마신 후 계산대로 향한다. 만족스러운 한 끼였을 것이다.
바깥 날씨는 30도가 넘는다. 예년보다 6도가 높다고 했다. 감자탕을 먹은 우리는 심장과 위와 간이 뜨거운데 저 밖으로 나가버리면 정말 타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변수인 것이다.
남자 2가 나간다. 그는 가게 건너에 있는 담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이제 나도 나가야 한다. 발각되지 않으려면.. 소나기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진정한 소나기를 맞아본 적이 없다. 일기예보의 소나기와 진짜 소나기는 감자와 감자의 차이다.
나는 정말 자신이 없다. 저 더위를 뚫고 나갈.. 이제 중국 여성 두 명이 립스틱을 고쳐 바른다.
위기다. 나는 곧 감자탕집을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