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할의 운은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흔히들 인생을 '운칠기삼'이라 말한다. 운이 7할이고 기술이나 노력이 3할이라는 뜻이다. 젊은 시절의 나에게 이 말은 어쩌면 무기력한 체념처럼 들리기도 했다. '결국 운이 따라야 한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 말이다. 하지만 평생을 설계자로 살고, 이제 일흔여섯의 나이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으며 나는 이 오래된 격언의 진짜 비밀을 깨달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진부한 격언의 핵심은 '돕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있다. 그리고 그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은 다름 아닌 **'선택'**이다.
이번에 《두 번째 설계도》라는 책을 출간하며 나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흑백으로 이미 승인된 원고를 두고, 다시 며칠 밤을 새워 '올 컬러판'을 설계했다.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내가 도비라(속표지)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로고를 배치하고, 여백의 미학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연히 읽은 동료 작가의 글에서 새로 개관하는 복지관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뜸했던 브런치에서는 갑자기 '라이킷'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를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흑백판에 안주하지 않고, 컬러판이라는 '더 나은 가치'를 선택했기에 비로소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리는 보통 기삼(技三), 즉 내가 가진 재주나 노력에만 매몰되곤 한다.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계산기적 사고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정직한 산수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선택하는 사람이 '운칠'을 가져간다. 운은 정지해 있는 물체가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같다. 그 강물에 배를 띄우기로 '선택'하고 노를 젓기 시작한 사람만이 7할의 물살(운)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배를 뭍에 묶어둔 채 강물이 나를 데려가 주길 기다리는 사람에게 운은 그저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책을 만들며 시행착오도 많았다. 좌우 페이지의 개념을 몰라 쩔쩔매기도 했고, 인쇄 규격을 맞추느라 몇 번이고 반려의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그 '반려'라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수정'이었다.
실제로 흑백판과 컬러판의 제작 원가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선택했다. "내 디자인의 가치를 단돈 천 원의 차이 때문에 포기하지 않겠다." 이 단호한 선택이 내 책을 평범한 워크북에서 저자의 영혼이 담긴 프리미엄 북으로 격상시켰다.
일흔여섯의 나는 오늘도 설렌다. 내일은 새로 문을 여는 복지관을 정탐하러 갈 예정이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POD(주문형 출판)의 마법을 동료들에게 전할 꿈을 꾼다. "당신의 잠자는 원고를 깨워라, 돈 한 푼 들지 않고 작가가 될 길이 여기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후반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技)이 아니다. 바로 '운(運)'을 내 편으로 만드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하늘은 이미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당신이 어떤 문을 두드릴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운칠기삼의 7할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선택하라. 하늘은 선택하는 당신의 손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운칠(運七)'이다.
나는 운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