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국제화의 반격

부산대와 전북대가 흔드는 사립대 중심 국제화 구도

by Clara Shin

대한민국 대학가에서 ‘국제화’는 오랫동안 사립대학들이 주도해 온 흐름이었다. 실제로 전국 유학생 수 상위 20위권 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사립대학으로 채워져 있다. 국립대학들은 이 경쟁의 전면에 서기보다는, 다소 비켜선 위치에서 완만한 국제화 곡선을 그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구도는 우연이 아니다. 2013년 이후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사립대학들은 유학생 유치를 생존 전략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국립대학들은 국가 재정 지원이라는 상대적 완충 지대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요구받지 않았다. 세계대학평가나 유학생 유치 경쟁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국립대의 국제화는 ‘필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관성이 분명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부산대학교와 전북대학교가 보여주는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국제화 행보는, 사립대 중심으로 굳어졌던 국제화 지형에 의미 있는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단순한 수치 상승을 넘어, 국립대 국제화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부산대: 연구력으로 증명한 ‘국립대 최상위’의 국제화

부산대학교는 현재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QS 세계대학평가 500위권(2026년 기준 473위)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있다. 이는 일시적인 성과라기보다, 20여 년에 걸친 국제화 전략의 축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부산대의 국제화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본격화된다. 1997년 정부의 ‘국제화 특화대학’ 지정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당시 해운·기계·재료 등 산업 기반 학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던 부산대는 이를 계기로 국제대학원을 설립하고, 외국인 교수 임용과 교환학생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흡수해 나갔다.

이후 BK21 사업을 통해 연구 기반 국제화를 선제적으로 구축했고, WCU(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해외 석학들을 적극적으로 초빙하며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기계, 나노, 해양 분야를 중심으로 하버드, MIT, 조지아텍 등 해외 명문대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가 일상화되었다.

현재 부산대에는 80명 이상(공식 통계 기준 약 87명)의 외국인 교원이 재직 중이며, 이는 국립대 중에서도 두드러진 규모다. 더불어 부산이라는 도시의 국제적 위상 상승과 맞물려, 90여 개국에서 온 약 2,000명의 유학생이 부산대 캠퍼스에서 수학하고 있다. 특히 정부초청장학생(GKS) 학부생 유치 실적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점은, 부산대의 교육·연구 환경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GKS 제도를 개편하며 ‘지원 희망 대학 중 최소 1개 이상 지역대학 선택’을 의무화한 정책 역시 부산대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정책 변화와 대학의 준비도가 맞물릴 때 국립대 국제화가 얼마나 빠르게 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북대: 특성화와 교육 혁신이 만든 압축 성장

전북대학교의 국제화는 부산대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그 상승 곡선은 가파르다. 전북대의 전략은 명확하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농생명과 에너지라는 강점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다.

그 결과 농생명 분야는 QS 학문분야 평가에서 국내 거점 국립대 중 서울대와 함께 세계 100~200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의료센터를 기반으로 농생명 융합기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 성과 역시 수치로 증명된다. 2020년 라이덴 랭킹에서 ‘상위 10% 피인용 논문 비율’ 기준 거점 국립대 1위를 기록했고, 2025년 기준 교수 1인당 외부 연구비 수혜액 또한 거점 국립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 체력을 바탕으로 전북대는 국제화를 교육 혁신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도입된 ‘오프 캠퍼스(Off-Campus)’ 정책은 모든 학생이 최소 한 학기 이상 해외 경험을 갖도록 설계된 제도로, 국제화를 일부 학생의 특권이 아닌 보편적 학습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현재 전북대에는 약 2,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2023년 글로컬대학 선정 이후 ‘유학생 5,000명 유치’라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단순한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취업 지원과 정주 모델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립대 국제화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실험 중이다.


호주 지방 국립대가 보여준 또 하나의 가능성

부산대와 전북대의 행보는 호주 지방 국립대의 성공 사례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호주는 2017년을 전후해 ‘지역을 키우는 국제화’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며 지방 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단행했다.

울런공대학교나 커틴대학교처럼 수도권과 거리가 먼 대학들도 해양공학, 광산공학 등 특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거점을 육성했고, 동시에 유학생에게 파격적인 비자 혜택과 정주 경로를 제공했다. 그 결과 이들 대학은 ‘지방대’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 100대 대학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지역 산업, 대학 연구력, 국가 차원의 유입 정책이 결합될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는 한국의 국립대 국제화가 참고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비교 사례라 할 수 있다.


맺음말: 국립대 국제화의 다음 장면을 향해

이제 부산대와 전북대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유학생 정주와 비자 지원까지 포괄하는 보다 입체적인 국제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제 스탠다드를 대학 운영 전반에 도입하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서울대만을 ‘글로벌 국립대’로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호주의 지방 국립대들이 그랬듯, 부산대와 전북대가 보여주는 변화는 국립대 역시 충분히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2030년 세계 300대 대학 진입, 그리고 2035년 다섯 개 이상의 국립대가 세계 100대 대학에 이름을 올리는 장면. 이제 그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전략과 실행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미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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