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이 가져온 국제적 명성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보여준 글로벌 대학의 길

by Clara Shin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국제화는 오랫동안 유학생 수, 영어 강의 비율, 해외 교류 협정과 같은 외형적 지표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세계 대학 평가가 본격화되고, 대학의 역할이 지식 생산과 사회적 영향력으로 재정의되면서 국제화의 의미 역시 달라졌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란, 단순히 국경을 넘는 교류가 많은 대학이 아니라 산업·연구·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세계적 신뢰를 얻고 있는가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성균관대학교와 한양대학교는 산학협력을 대학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으며, 국제화의 또 다른 경로를 개척해 왔다. 두 대학의 경험은 한국 고등교육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산업 기반 국제화’라는 독자적 모델을 구축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 순위의 상승이 말해주는 것: 고용주 평판과 국제 신뢰

성균관대와 한양대의 도약은 QS 세계대학평가의 장기적 추이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두 대학은 세계 300~500위권에 머물렀으나,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100위권 진입을 가시화했다. 성균관대는 2015년 118위, 한양대는 같은 해 193위를 기록하며 전환점을 맞았고, 2026년 기준으로도 각각 126위와 159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고용주 평판도’ 지표다. 2026년 QS 기준 한양대는 세계 100위권(99위), 성균관대 역시 120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두 대학의 졸업생이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교육과 연구가 국제적 신뢰로 전환되고, 이것이 대학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 지원에서 민간 투자로: 산학협력의 선순환 구조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마중물 효과’가 존재한다. LINC, PRIME, BK21과 같은 사업들은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니라, 대학이 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가 선별적으로 지원한 사업단은 일종의 공신력 있는 신호로 작용했고, 이는 기업의 민간 재원 투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정부 재정 → 기업 투자 → 연구 인프라 확충 → 성과 창출 → 국제 평판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학협력은 더 이상 대학의 부차적 활동이 아니라, 대학 국제화 전략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성균관대학교: 연구 중심 산학협력과 국제화의 결합

성균관대학교는 산학협력을 연구 중심 국제화로 연결시킨 대표적 사례다. 삼성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단순한 재정 후원을 넘어, 연구 의제 설정과 교육 과정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같은 계약학과 모델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력을 대학 교육의 중심으로 끌어들였고, 기업의 기술적 난제가 곧 대학의 연구 주제가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대규모 연구 기금은 실험실과 연구 인프라 고도화로 이어졌고, 이는 국제 학술지 인용도가 높은 논문 성과로 연결되었다. 성균관대의 국제화는 학생 이동 중심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통해 세계 학문 공동체에 편입되는 방식이었다. 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오히려 학문적 성취와 국제적 평판을 동시에 끌어올린 셈이다.


한양대학교: 교육 혁신과 사회적 영향력으로 확장된 국제화

한양대학교는 보다 실천적이고 교육 중심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이다. 기업이 제안한 실제 산업 문제를 학생들이 교과 과정 속에서 해결하는 이 모델은, 교육과 산업 현장을 직접 연결하며 학생들의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했다.

이러한 시도는 국제 평가에서도 독특한 성과로 나타났다. 한양대는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2025에서 ‘산업·혁신·인프라(SDG 9)’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양대가 연구 성과뿐 아니라,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음을 의미한다.

한양대는 정부 재정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지역사회와 기업으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ERICA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학연산 클러스터는, 대학이 지역 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 기반이 약한 국가들에 ‘대학이 어떻게 산업을 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은 국제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성균관대학교와 한양대학교의 사례는 국제화가 반드시 국경을 넘는 이동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산업과의 연결, 연구의 실용성, 교육 혁신, 사회적 영향력 역시 국제적 경쟁력의 중요한 언어가 되었다. 두 대학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산학협력을 국제화의 엔진으로 삼았고, 그 결과 세계 대학 평가와 글로벌 평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한국형 산학협력 국제화 모델은 산업 기반이 취약한 개발도상국 대학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규모 기초과학 투자나 오랜 대학 전통이 없더라도,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대학의 선택, 그리고 산업과의 연결 설계가 결합된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 고등교육 국제화는 이제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경로로 확장되고 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보여준 산학협력 기반 국제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경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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