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우리가 몰랐던 교육정책이야기(4)

4. 중고등학교 평준화 정책과 사회형평성

by Clara Shin


우리나라 교육정책 중 가장 급진적인 정책을 꼽자면 단연 중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일 것이다. 현재는 학생들이 희망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학생은 공립과 사립의 구분 없이 교육청에서 배정한 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사립학교도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었으며, 국가가 배정한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재벌가와 국가 지도자의 자녀, 그리고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강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에게 이 정책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기생충”에서 보여주듯 계층 간 차이가 매우 심각한 국가로 보이고 있는 듯하다.


1959년 초등의무교육이 정착되면서 모든 아동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명문 중학교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 과열된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은 초등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968년 중학교 평준화 정책을, 1974년에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발표하고, 서울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평준화 지역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명문 중학교’, ‘명문 고등학교’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함께 학습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평준화 정책은 모든 학교의 학습 환경이 유사하며, 학생들의 성취 수준 또한 일정하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정부는 사립학교에도 공립학교와 동일한 행정 지원을 제공하면서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했다. 사립학교는 교원 봉급과 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국가가 정한 수업료 기준을 따르고, 교원 자격과 교육 과정을 준수해야 했다. 이러한 정책은 초기 도입 당시 사립학교들로부터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을 불러왔으며, 일부 교육학자들은 학업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동일한 그룹에서 교육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환영받았으며, 현재까지 학교 배정의 기본 원칙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교육 기회를 확장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교육 정책 역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지식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창의성과 수월성을 고려한 교육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평준화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982년에는 과학고등학교, 1990년에는 외국어고등학교가 특수목적고로 도입되었으며,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 개정 이후 영재학교가 설립되었다. 이들 학교는 평준화 정책의 보완책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교육 환경과 기대 수준을 가지고 있다. 평등과 수월성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사회적 합의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시스템 구축이 같이 논의되어야할 어려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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