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문대학의 형성과 발전
우리나라에서 전문대학은 산업분야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중요한 고등교육기관이지만, 전체 고등교육 재학생 약 300만명중 492천명으로 전문대학 재학생의 비율은 약 16 % 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과 독일 등의 경우 2년제 대학 학생수가 3분의 1을 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전문기능인력 양성체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1997년 대학정원 자율화 이후 일부 전문대학이 4년제로 전환되거나 일반대학에 통합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문대학의 규모는 점차 위축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법적 형태가 확립된 것은 1979년이다. 당시까지는 초급대학, 5년제 실업고등전문대학, 2년제 전문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단기 고등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1979년 전문대학으로 통합되면서 체계적인 실무 인재 양성이 본격화되었다. 이 해를 기점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전문대학 관련 통계도 시작되었다.
전문대학은 1980년대에 들어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졸업정원제 시행과 함께 입학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1979년 75,205명이던 전문대학 재학생 수는 1985년에는 242,114명으로 6년 만에 3.2배 증가하였다. 학과 수 역시 산업 수요에 맞춰 빠르게 늘었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5년 동안 학과 수는 51% 증가했고, 학과의 종류도 44% 늘어났다. 1980년대 말에는 전문대학설립인가 기준이 완화되면서 전문대학의 학생수가 증가하였다.
이 같은 확장은 단순한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는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침체와 졸업정원제 시행으로 인한 정원의 급격한 확대로 실업률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전문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역량을 반영하기 위해 직무 분석을 통한 교육과정 개발, 교수역량 강화를 위한 국내외 연수, 차관을 통한 재정지원 등이 이뤄졌고, 전문대학평가제를 통해 질 관리에도 착수했다.
정권 말기 교육개혁위원회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수립해 차기 정부로 이어졌고, 노태우 정부는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전문대학 설립과 정원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무분별한 전문대학 설립이 이어졌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3·4 공화국 시절 실업계 고등학교 육성 정책의 연장선에서, 5·6 공화국의 정원 확대 및 산학협력 기반 구축, 그리고 문민정부 이후의 재정지원 확대와 우수 전문대학 발굴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양적 팽창을 넘어서, 산업 변화에 부응하는 질 높은 실무 교육과 공공성을 갖춘 인재 양성 체계를 어떻게 다시 강화할 것인가에 있다. 이 점에서 전문대학의 미래는 여전히 우리 고등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