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와 쇼스타코비치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

by Clara Shin

책을 읽는 동안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발견할 때이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를 읽던 중, 그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지휘하며 느꼈던 바를 서술한 장면에서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내가 쇼스타코비치의 다른 작품을 듣고 들었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은 1937년, 스탈린의 대숙청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작곡되었다. 당시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사상검증으로 끌려가 처형되었고, 쇼스타코비치 역시 당의 비판을 받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는 이 작품을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답변”이라는 부제 아래 발표하였고, 이 곡을 통해 다시 체제가 원하는 사회주의 예술가로 포장되어 국가적인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소비에트 체제가 붕괴된 이후, 그는 이 교향곡이 체제에의 순응이 아니라, 그 불의에 항거하는 예술적 저항의 표현이었다고 고백했다.


히사이시 조는 이 곡의 4악장에 대해 특별한 해석을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개선 행진곡처럼 밝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는 그 속에 작곡가가 억압 속에서도 비판정신과 고독을 숨겨두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이 악장을 일부러 천천히 연주하도록 지휘한다고 한다. 이 해석을 읽으며 나는 쇼스타코비치의 또 다른 곡인 재즈 왈츠 2번을 떠올렸다. 이 곡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삽입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곡으로 왈츠이지만 음울하고 슬픈 느낌을 주는 멜로디로 시작한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경쾌하고 즐거운 멜로디가 불쑥 튀어나왔다 사라진다. 다시 암울한 현실로 되돌아간듯한. 나는 그 속에서 작곡가가 현실은 그렇지 않으나 삶의 즐거운 순간을 감춰서 표현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과, 때로는 사회가 허용하지 않는 생각마저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상상과 비판적 사유는 금기를 넘어설 수 있게 해 주며, 이는 과거의 소비에트 사회뿐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꼭 필요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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