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교육개혁, 자율과 다양성을 향한 전환점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큰 전환점을 꼽자면 단연 1995년 5월 31일 발표된 ‘5·31 교육개혁’을 들 수 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육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교육대통령”을 자임했고, 시대적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천명했다.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은 더 이상 국가 주도의 획일적 관리체계를 벗어나야 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재정 확충,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 강화, 사학의 자율성 확대를 중심으로 총 11개의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그 핵심은 ‘자율성과 다양성’이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엄격한 규제 아래 있던 대학 설립과 정원 조정 권한이 대학에 이양되었고, 대학은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자율적으로 교육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교육기관 간의 경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고등학교 교육에서도 다양한 학교 형태를 인정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었다. 입시제도 또한 국가주도형에서 대학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학교생활기록부제’가 도입되는 등 보다 다양한 평가 방식이 등장했다.
이러한 개혁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범정부적 참여,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덕분이었다. 실제로 이 개혁을 계기로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교육예산이 확대되었고, 이는 이후 다양한 교육 인프라 개선과 정책 실현에 큰 동력이 되었다.
주요 개혁 정책에는 학점은행제 도입, 원격교육 기반 마련, 대학의 특성화·국제화 추진,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영재교육 강화, 교원 승진제 개선 등 폭넓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는 단지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교육의 철학을 ‘통제에서 자율로, 획일에서 다양성으로’ 전환한 시도였다.
물론 이후 정책의 지속성과 제도화에는 한계와 부작용도 있었고, 오늘날의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5·31 교육개혁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전면적인 개혁을 시도한 용기’와 ‘교육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교육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초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5·31 교육개혁이 남긴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