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작과 그 의미
대한민국의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도 중 하나는 단연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수능은 1994년 처음으로 도입되었으며, 교과목 중심의 지식 암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분석력과 문제 해결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교과 통합형 평가로 개발되었다. 수능 이전에는 대학예비고사, 대학학력고사 등 국가시험을 실시하여 대학입시에 활용해 왔다.
수능은 1985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대학학력평가를 대체할 시험도입 방침이 결정된 이후, 수년간의 연구와 시범 시행을 거쳐 1994년 정식으로 대학입시에 적용되었다. 현재 수능은 표준점수에 기반한 상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응시자는 과목별로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분포되고, 원점수도 함께 제공된다.
수능은 매년 1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주관 아래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시험 시행 전 약 40일간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거친다. 시험 문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이미 공개된 기출문제나 시중 문제집에 실린 문제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때때로 ‘오답 논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오답 인정 여부는 단순한 정정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며, 하나의 문항이 특정 과목의 등급 커트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물리 과목의 오답이 인정되면 관련 학생들의 등급이 올라갈 수 있고, 이는 수혜를 받지 못한 학생들과 다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 화학 과목 응시생의 학부모들이 물리 과목 오답 인정에 반대의견을 표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수능이 도입된 이후 30여 년이 지난 현재, 수능 시험 당일은 한국 사회 전반이 움직이는 특별한 날로 자리 잡았다. 경찰차가 수험생 수송을 지원하고, 관공서의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며, 영어 듣기 평가 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러한 전 사회적 지원은 외국인의 눈에는 이례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는 수능이라는 시험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라 할 것이다.
물론 수능이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수능을 잘 본 학생이 반드시 가장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험 당일의 컨디션, 긴장, 사소한 실수 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킬러문항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양한 입학 전형이 병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전형이 여전히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문제’를 기준으로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구조 때문일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는 초·중·고 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만큼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 직면해 왔다. 역대 정부 역시 수능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나, 제도 변경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불만과 문제를 낳는다. 수험생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변화도 전 국민의 만족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다수의 학부모와 교사의 공감대를 확보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며,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은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공부만 잘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과학고·외고·자사고 등 다양한 고교 유형과 대학의 입시 자율성 확대에 따른 다양한 입학전형 도입은 교육의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비교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비해 교육 기회의 형평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수능 제도 개편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완벽한 해법을 찾기보다는 현실적인 한계 안에서 공정성을 유지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교사와 학부모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