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준, 한국은 QS 세계대학순위 100위 이내 대학을 5개, 200위 이내 대학을 7개 보유한 국가이다. 한국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100위권에 5개 이상의 대학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독일, 그리고 한국까지 단 6개국에 불과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다수 국가의 명문대학들이 200년 이상 축적된 역사 속에서 순위를 유지해 온 것과 달리, 한국 대학들의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은 2000년 이후에 본격화되었으며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는 지식경제 시대로 전환되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고등교육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세계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대학 발전 경험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고등교육의 양적 확대에 집중하던 국가였으나, 오늘날에는 질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대학의 국제적 위상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점을 살펴보면 변화의 궤적이 보다 분명해진다. 서울대학교는 2004년 QS 순위에서 118위에 머물렀으나, 2005년을 기점으로 100위권에 진입했고, 2011년에는 30위권에 안착하였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2008년경 200위권에 위치했으나, 2014년 105위 수준으로 도약한 이후 2025년 기준 5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과대학교 역시 2015년 전후로 50위권에 진입하며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세계대학평가는 연구역량, 졸업생의 산업 평판, 외국인 교수 및 학생 비율, 국제 공동연구 네트워크 등 복합적인지표를 활용한다. 한국 대학의 연구역량이 뚜렷하게 향상된 시기는 1999년 시작된 BK21(Brain Korea 21) 사업과 궤를 같이한다. BK21은 학문후속세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가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로 인해 SCI 논문 수가 증가하고, 국제 학술대회 발표와 공동연구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대학의 국제적 인지도 역시 확대되었다.
이어 추진된 World Class University(WCU) 사업은 그 목표를 명확히 ‘세계 수준의 대학 육성’에 두었다. 해외 석학초빙, 학제 간 연구 모델 도입, 영어 강좌 확대를 통해 대학의 국제화를 가속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외국인 교원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영어 기반 교육과 국제 공동연구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국인 유학생 수도 구조적인 증가 추세에 들어섰고, 이는 한국 대학이 국내 중심의 교육기관에서 국제적 연구·교육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은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산학협력은 일부대학의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대학 운영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우수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대학과 긴밀히 연계되었고, 대학은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기업이 대학 캠퍼스 내에 연구동과 교육시설을 설립을 지원하고 이를 공동연구와 계약학과, 인력양성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되었다.
QS 100위권에 진입한 5개 대학과 200위권 대학들은 이러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 아래에서 각자의 특성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였다. 연구중심대학, 산학협력 특화대학, 국제화 선도대학 등으로 역할을 분화하며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되, 성과 평가를 통해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특히 정부 재정은 교수 확보, 대학원생 지원, 연구 프로젝트 등 인적자원과 연구역량강화에 주로 활용되는 한편, 시설과 건물 등 하드웨어적 투자는 대학의 자율적 재원 조달과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도 추진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산학협력 방식은 최근 주목받는 ‘Triple Helix 모델’, 즉 정부–대학–산업 간 삼각 협력 모델의 실제 구현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특히 산업의 역할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정부가 단순한 재정 지원자를 넘어 제도 설계자이자 촉진자, 그리고 조정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싱가포르, 중국과 함께 정부 주도의 제도 설계를 통해 대학과 산업의 협력을 구조화하고, 이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 육성으로 연결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개별 대학의 전략과 노력도 대학발전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서울대학교는 BK21 추진 과정에서 학부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확대했으며, 법인화를 통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였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WCU 사업을 계기로 국제화를 가속화했고, 포항공과대학교는 기업 협업과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비수도권이라는 한계를 극복했다. 한양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는 산학협력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이를 선도하며 산학협력 모델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의 대학 발전 경험은 개발도상국에게 관심을 받고있다. 많은 국가들이 세계수준의 대학을 보유하기 위해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의 경우 구체적으로500위권 대학을 확보하는 것을 국가 목표로 삼기도 한다. 한국은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대학 재정지원을 평가와 연계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대학의 조직문화와 질을 동시에 개선한 사례이다. 세계 100대 대학을 하나라도 만들자라는 당시의 목표는 초과달성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세계 200위권, 나아가 100위권에 진입한 경험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한 지역 국립대 교육·연구 역량 강화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의 도약은 특정 대학에만 국한된 특권이 아니라, 일관된 정부의 제도 설계와 재정 지원, 대학의 자율성과 전략, 그리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가 결합될 때 재현 가능한 과정임을 한국의 경험은 보여주고 있다. 국제대학평가는 세계의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현재 상황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을 가장 확실하게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국의 사례는 고등교육 발전에 관한 여러 학술적 이론이 현실 정책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이 경험이 다른 국가와 지역, 그리고 한국의 지역 국립대에 어떻게 확장·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비교 연구와 인과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한국 고등교육 정책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정책적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