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대학은 어떻게 세계 수준의 연구와 지역 혁신을 동시에 만들어냈는가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는 한국의 고등교육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는 모델이다.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한국의 구조 속에서, 국립 거점대학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비교적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대학이 과연 세계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캘리포니아 체제는 하나의 분명한 사례로 자리 잡고 있고 최근 서울대 10개만들기 공약과 관련해서도 모형으로 들고 있는 체제이다.
미국 고등교육이 세계적 강자로 부상한 과정에는 국제화가 일관되게 작동해 왔다. 20세기 초 미국은 아직 연구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수많은 젊은 학자들이 독일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연구중심대학의 학문 시스템을 직접 경험했다. 여기에 더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럽, 특히 독일 출신의 학자와 교수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미국 대학은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시기의 국제화는 하버드, 예일, 시카고와 같은 사립 연구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지역의 주립대학들은 여전히 교육 중심 대학의 성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캘리포니아는 베이비붐, 급격한 인구 증가, 산업·과학기술의 폭발적 성장이라는 삼중의 압력에 직면했다. 더 많은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고, 동시에 냉전 체제 속에서 과학기술 연구 경쟁도 격화되었다. 문제는 분명했다. 모든 대학을 연구대학으로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구 경쟁을 사립대학에만 맡길 수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해법이 1960년의 캘리포니아 고등교육 마스터플랜이었다.
마스터플랜은 고등교육을 개별 대학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공공 시스템으로 재설계했다. 소수의 대학은 국제 연구 경쟁을 담당하고, 다른 대학들은 대중 고등교육과 지역 인재 양성을 맡으며, 커뮤니티 칼리지는 접근성과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중요한 점은 모든 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경쟁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기능을 나누고, 그 기능에 맞는 재정과 권한을 집중했다. 이 설계가 이후 캘리포니아 체제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이 체제에서도 국제화는 중요한 요소이다. 연구대학의 목적 자체가 처음부터 국제 연구 경쟁에서 성과를 내는 데 있었기 때문에, 연구 인프라와 실험실은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구축되었고,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역시 적극적으로 허용되었다. 무엇보다도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으로 외국인 연구자가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는 2024년 기준 약 7,300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는 전체 학생의 약 16%에 해당한다. 더 주목할 점은 박사과정과 포닥을 포함한 연구 인력에서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국제화는 교류의 상징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질적 동력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탠퍼드 대학교**가 실리콘밸리의 상징으로 언급되지만, 많은 연구들에서 스탠퍼드와 UC 버클리가 함께 작동한 ‘이중 엔진’ 구조에 주목한다. 스탠퍼드가 기업가 정신과 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면, UC 버클리는 기초과학 연구와 대규모 박사 배출, 그리고 국제 연구 인력 공급을 통해 혁신 생태계의 토대를 제공했다. 이 인력들이 스타트업과 대기업, 연구소로 흘러 들어가며 지역 전체의 혁신 역량을 떠받쳤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많은 수의 외국인 출신 CEO와 기술 리더들은 대학에서 축적된 연구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이끌었다. 공공대학에서 시작된 국제화가 지역 산업과 국가 혁신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경험은 공공대학 육성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유학생 유치는 단순한 국제 교류나 재정 보완 수단이 아니라,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발전을 촉진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특히 유학에 그치지 않고, 우수한 외국인 연구 인력이 대학과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대학 발전과 지역 혁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한국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포함한 국립거점대학 육성 정책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의 역사는 공공대학도 국제화를 통해 충분히 세계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그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