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어권, 다른 전략, 호주와 캐나다의 선택

교육을 산업으로, 지역산업과 연계된 유학정책

by Clara Shin

고등교육 국제화를 논의할 때 호주와 캐나다는 자주 함께 언급된다. 두 나라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비교적 인구 규모가 크지 않으며, 국제 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국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사성 이면에는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정책적 인식과 국제화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호주가 고등교육을 일찍부터 국가 전략 산업으로 채택해 국제화를 추진해 온 반면, 캐나다는 국제화를 공공 고등교육 시스템과 지역 발전의 일부로 흡수하는 경로를 택해 왔다.

호주: 고등교육을 ‘산업’으로 채택한 국가

호주의 국제화 전략은 비교적 명확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영어 사용권이라는 언어적 이점, 아시아와의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이민 국가라는 사회적 조건이 결합되면서 고등교육은 일찍부터 전략 산업으로 인식되었다. 이 전환의 결정적 분기점은 1980년대 후반이다.

1987~1988년에 추진된 이른바 *도킨스 개혁(Dawkins Reforms)*은 호주 고등교육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 개혁을 통해 대학은 보다 자율적인 경영 주체가 되었고, 해외 유학생에게 등록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허용되었다. 이는 영국보다도 앞선 선택이었다. 영국이 1990년대 이후에야 고등교육을 수출 산업으로 본격 인식한 데 비해, 호주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고등교육의 산업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채택한 셈이다.

이후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국제 학생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1991년 도입된 ESOS(Education Services for Overseas Students) 제도는 유학생 보호와 동시에 교육 서비스의 신뢰성을 제도화했고, 2000년대 들어 국제교육은 관광·광업과 함께 호주의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호주의 국제 학생 수는 2000년대 초반 약 20만 명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약 75만 명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도 약 60만 명 이상의 국제 학생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또한 국제 대학평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국가로 평가된다. QS와 THE와 같은 영국 기반 평가 지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다수의 대학을 세계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국제화, 평판, 유학생 비중이 평가에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호주는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였다. 더 나아가 이민 국가로서 고등교육을 받은 유학생이 졸업 후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에도 비교적 일찍 눈을 떴다. 유학–취업–이민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호주 국제화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호주 대학 순위 변동이 보여주는 국제화의 특징

호주의 국제화 전략은 세계대학순위의 장기적 변동 양상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QS 세계대학순위 100위권을 기준으로 보면, 호주는 지난 20여 년간 대체로 6~9개 내외의 대학을 꾸준히 상위권에 포함시켜 왔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특정 대학이 독주하기보다는 구성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운데 순위만 완만하게 이동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호주국립대학교, 멜버른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모나시 대학교, 퀸즐랜드 대학교 등은 20~80위권 사이에서 순위를 오르내리며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더해 서호주 대학교, **애들레이드 대학교**와 같이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의 주립대학들 역시 80~120위권 전후에서 간헐적으로 100위권에 진입해 왔다.

이는 호주의 대학 국제화가 특정 대도시나 일부 엘리트 대학에 집중되지 않고, 각 주를 대표하는 공공대학 전반에 분산되어 작동해 왔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호주의 목표는 세계 10위권 대학 한두 곳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학을 세계 100위권 언저리에 안정적으로 위치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이 주립대학으로서 서울대 10개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이 주의깊게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캐나다: 국제화를 산업으로 만들지 않은 선택

캐나다는 전혀 다른 경로를 택했다. 캐나다 역시 인구 대비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였고 국제 학생 유치는 필요했지만, 고등교육을 산업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국제화는 국가 주도의 수출 전략이 아니라, 각 주와 대학, 그리고 지역 산업의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장되었다.

캐나다 대학의 다수는 주(州)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 시스템에 속해 있다. 연방 정부가 고등교육 국제화를 강하게 주도하기보다는, 대학과 지역이 자율적으로 국제 협력과 산학 연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는 국제 대학평가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예컨대 **맥길 대학교**는 상하이교통대학(ARWU) 평가에서는 높은 연구 평판을 유지해 왔지만, QS나 THE와 같은 영국 중심 평가에서는 그에 비해 낮은 순위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캐나다는 이러한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평가 지표에 맞추기보다는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축적하는 길을 선택해 왔다.

캐나다의 국제화는 산업 수익보다는 지역 발전과 인력 정착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국제 학생은 등록금 수입원이기보다는, 지역 산업과 연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잠재적 인재로 인식되었다. 산학협력과 연구 네트워크, 지역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국제 인재가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으로 흡수되는 구조를 만들어 왔고, 이는 캐나다 대학들이 축적한 중요한 정책적 경험이 되었다.


공통점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처럼 호주와 캐나다는 국제화의 방식과 속도, 정책 수단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략과 방식은 달랐지만, 두 나라 모두 고등교육 체제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해외에서 유입되는 학생과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제화를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삼아 왔다는 사실이다. 국제화는 선택적 부가 요소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게 작동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으로 기능해 왔다.

이 점에서 한국의 고등교육 국제화 역시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해외 유학생을 단기적 수요나 재정 보완 수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대학의 연구 역량과 사회의 학습 효과, 나아가 미래 인적 자산을 축적하는 핵심 요소로 재정의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호주와 캐나다의 서로 다른 경험은, 국제화의 방향은 달라도 국제화 자체를 고등교육 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공통된 교훈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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