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송도의 선택

해외 캠퍼스, 국제화의 확장

by Clara Shin

고등교육 국제화의 경로는 하나가 아니다. 많은 국가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 연구자를 자국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국제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사람을 이동시키는 대신, 대학이라는 제도 자체를 국경 너머에서 가져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해외 유수 대학의 분교, 즉 해외캠퍼스(International Branch Campus)를 유치하는 국제화 모델은 이러한 선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전략을 택한 국가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국내 대학을 점진적으로 국제화하는 방식만으로는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글로벌 표준을 단기간에 내재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들은 자국의 인적자원을 해외로 보내거나 외국 인재를 천천히 유치하는 대신, 검증된 교육 모델과 학위 체계를 한 번에 도입하려 했다. 국제화의 단위를 개인이 아니라 기관과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두바이: 교육허브를 향한 ‘대학 수입’

이 전략을 가장 먼저, 그리고 비교적 체계적으로 시도한 곳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두바이다. 이들 국가는 고등교육을 국가 경쟁력과 도시 전략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해외 명문대학의 캠퍼스를 유치하면, 단순히 학생 몇 명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국제적 학위, 커리큘럼, 평가 방식, 연구 문화가 동시에 유입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 ‘교육 허브’를 표방하며 해외대학 캠퍼스를 유치했다.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는 해외대학 유치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산업 전략과 직결된 사안임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는 영국과 호주 대학의 분교를 유치함으로써, 자국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끌어들이며, 교육 서비스 산업과 지역 허브 전략을 결합했다.

두바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정부가 직접 교육 자유구역을 조성하고, 규제와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함으로써 다수의 해외대학 캠퍼스를 단기간에 집적시켰다. 이 모델에서 해외대학은 교육기관인 동시에 도시의 경제 다각화 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했다.


카자흐스탄: 지역 고등교육 허브 만들기 최신 사례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 이 모델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카자흐 스탄은 러시아로 향했던 유학인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해외대학의 국제 캠퍼스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물론 위험도 존재한다. 수요 예측 실패, 재정 부담, 자국 대학과의 긴장 관계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해외대학 캠퍼스라는 국제화 방식이 하나의 유효한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명문대학들이 세계로 나가는 이유

미국 대학들의 해외 캠퍼스 전략은 주로 연구 경쟁력과 글로벌 영향력 유지라는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우수 학생과 연구 인력을 전 세계에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중동과 아시아에 캠퍼스를 설립해 현지의 우수 학생을 조기에 확보하고, 연구·교육 네트워크를 글로벌 차원에서 확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대학교 아부다비**와 **코넬대학교 카타르**가 있다. 이들 캠퍼스는 현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결합된 모델로, 미국식 연구·교육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하는 동시에 미국 대학의 글로벌 위상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고등교육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 왔으며, 해외 캠퍼스는 교육 서비스를 직접 수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말레이시아, 중국, 중동 지역에는 노팅엄대, 리버풀대, 헤리엇와트대 등 영국 대학들의 분교가 다수 설립되어 있다. 이들 캠퍼스는 본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학위를 수여하면서도, 현지 학생들에게는 영국 유학보다 낮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영국 입장에서는 교육 수입 확보와 글로벌 평판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이다.

호주 또한 고등교육을 국가 핵심 수출 산업으로 인식하고 해외 캠퍼스 역시 아시아 지역과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일부 호주 대학들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캠퍼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학생 유치의 전 단계로서 현지 거점을 마련해 왔다. 이는 본국으로의 유학을 유도하는 통로이자, 아시아 고등교육 시장과의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시도: 송도에서의 실험

이 흐름 속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은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해외대학 캠퍼스 유치를 시도한 바 있다. 송도 국제도시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라, 교육·연구·산업을 결합한 국제 거점을 지향하며 해외대학을 유치했다. 이는 한국 고등교육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학 수입형 국제화’를 실험한 사례였다.

최근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해외대학 추가 유치를 추진하며, 송도를 교육·연구 중심의 국제 공간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국제화를 더 이상 개별 대학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지역과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재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국제화는 하나의 길이 아니다

해외대학 캠퍼스를 가져오는 국제화 모델은 모든 국가에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을 움직이는 국제화에서, 국제화의 표준을 만들거나 국제화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 기관과 제도를 움직이는 국제화까지, 이 전환은 국제화를 보다 빠르고, 보다 구조적으로 작동하게 만든다. 한국 대학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높아지면서 한국대학의 캠퍼스를 유치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대학 캠퍼스라는 선택지는, 한국대학이 아직은 시도해보지 않은 선택지이다. 그러나 조만간 한국대학의 캠퍼스를 해외에서도 만날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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