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교육의 국제화

독일대학모형이 만든 노벨상, 유학생을 사회구성원으로 ~

by Clara Shin


호주와 캐나다가 고등교육을 수출 산업이나 지역 생태계의 도구로 활용하며 성장해 왔다면, 일본의 고등교육 국제화는 국가의 생존과 근대화를 위한 ‘지식의 습득’에서 출발했다. 일본은 서구보다 늦게 근대화의 출발선에 섰지만, 해외의 학문 체계를 흡수하며 자신들만의 연구 토양을 구축해 왔다. 오늘날 일본 대학들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기 성과보다는, 150년에 걸쳐 축적된 장기적 국제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근대화의 엔진이 된 독일 학제, 그리고 노벨상의 토양


일본 고등교육 국제화의 기원은 19세기말 메이지 유신과 함께 파견된 이와쿠라 사절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은 서구 문명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대규모 사절단을 유럽과 미국으로 보냈다. 초기에는 네덜란드를 통해 의학과 기초 학문을 접했지만, 본격적인 대학 체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선택한 롤모델은 독일이었다. 연구와 교육의 결합을 강조하는 독일식 대학 모델과 강좌제 중심의 학문 구조는 일본이 추구하던 근대 국가의 인재 양성 방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선택은 일본 고등교육의 성격을 규정한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도쿄대학과 교토대학을 중심으로 한 구 제국대학들은 독일식 연구 전통을 체계적으로 이식했고, 이는 훗날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토대가 되었다. 실제로 일본의 초기 노벨상 수상자 상당수는 유럽과 미국에서 수학하거나 연구 경험을 쌓은 뒤 귀국해, 해외에서 배운 학문적 엄격함과 연구 문화를 일본 대학 내부에 제도적으로 정착시킨 인물들이었다. 일본의 국제화는 단순한 지식 수입이 아니라, 학문 체계 자체를 내면화하는 과정이었다.

다만 이러한 성취를 평가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도 있다. 도쿄대학과 교토대학을 정점으로 한 제국대학 체제는 근대적 연구대학의 토대를 구축하는 동시에, 국가 권력과 결합해 제국주의 국가의 관료 양성과 식민지 통치를 지적·기술적으로 뒷받침했던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 일본의 고등교육 국제화는 세계와의 연결이라는 성과를 낳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보편적이고 대칭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가는 국제화’에서 ‘받아들이는 국제화’로

1980년대 일본은 경제적 전성기와 함께 ‘나가는 유학’의 정점에 섰다. 당시 일본은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유학이 활발했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상황은 급변한다. 장기 침체와 엔화 변동,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겹치며 일본은 더 이상 인재를 밖으로만 내보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일본의 국제화 전략은 방향을 전환한다. 해외로 나가는 국제화에서, 해외 인재를 국내로 유입시키는 ‘받아들이는 국제화’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30(G30)’ 정책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약 90여 개 대학이 학사부터 졸업까지 전 과정을 영어로 이수할 수 있는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어라는 언어 장벽을 낮춘 이 제도는 해외 우수 학생 유치의 핵심 통로가 되었고, 동시에 일본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학생, ‘손님’에서 ‘구성원’으로

최근 일본 국제화 전략의 또 다른 특징은 유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일본은 더 이상 유학생을 단기 체류자나 학비 수입원으로만 보지 않는다. 졸업 이후 일본 사회에 정착해 일하고 살아가는 ‘미래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취업 비자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했고, 그 결과 일본 유학생의 일본 내 취업률은 30%를 넘어 점차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지역사회, 기업의 역할도 커졌다. 많은 대학이 지역 기업과 연계해 유학생 전용 인턴십을 운영하고, 일본어 교육과 직장 문화 적응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지역 학생을 타깃으로 한 단기 교환학생과 장학 프로그램 역시 확대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들이 훗날 일본과 자국을 잇는 가교가 되거나 연구자·전문 인력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화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관계 구축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진 셈이다.


한국 고등교육에 던지는 시사점

일본의 경험은 한국 고등교육에 여러 질문을 던진다. 한국 역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대학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일본이 이미 한 발 앞서 겪어온 경로이기도 하다. 일본은 해외 인재 유입을 단순한 대학 정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설정해 왔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국제화 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이다.

유학생을 일시적인 교육 수요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동반자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고등교육 국제화의 역사는, 국제화가 단순한 개방 전략이 아니라 국가의 지적 수준과 사회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의 전략은 늘 우리에게 참고해야 할 만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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