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건 부엌이었다. 내가 로망 하는 부엌은 창을 열면 푸른 나무가 보이는 곳이었다. 시골집을 리모델링할 때 부엌에 커다란 창을 내달라고 한 이유도 설거지할 때나 음식준비할 때 고개만 들면 정자나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심 한 복판, 언감생심 하늘 높은 곳까지 출렁이는 녹색의 물결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흰색을 베이스로 한 인테리어에 조명과 사과 그림을 세워두고 설거지하고 음식을 만들 때 한 번씩 마음을 환기시킨다. 또 부엌 상부장은 없애고 나무를 볼 순 없지만 언제든 열고 닫을 수 있는 창을 달았다. 그림옆에는 유리병에 초록 수생식물을 두고 식탁에는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꽃을 꽂아둔다. 비록 부엌 창문을 열면 베란다밖에 볼 게 없지만 그래도 언제든 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는 언제, 무슨 이유로 화가 났는지 모르는 아빠가 갑자기 상을 엎는 일이 많아서 밥을 먹을 때 긴장했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을 때' 가정을 이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밥 먹는 곳은 항상 예쁘게 꾸미고 살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싼 월세방을 전전하면서도 항상 꽃 한 송이정도는 식탁이나 책상에 두고 살았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지금 부엌의 커다란 환기구 위에는 아이들의 작품이 올망졸망 세워져 있어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식구라는 것이 함께 밥을 먹는 행위가 기반으로 된 것이라면 우리가 공존하는 곳이 더 사랑스럽고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