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도 색이 있다면

by 이혜연
공기에도 색이 있다면

오늘처럼 철쭉이며 목단, 모과나무꽃, 싸리꽃들이 모두 피어나는 해사한 날은 공기에도 색이 섞여있어 맛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구 전체를 둘러싼 투명한 솜사탕 사이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달짝지근한 햇살맛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봄은 바람에 힘없이 스러져버리고 뜬금없는 여름이 때도 모르고 기웃거리지만 색색으로 피어나 향기를 품어대는 꽃들의 설렘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아침을 가르며 달려야 했다. 눈이 다 담아내지 못한 빨강, 분홍, 노랑, 연분홍, 하얀색들이 코끝으로 밀려와 마음을 간질인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수록 하늘하늘 레이스 원피스도 춤을 춘다. 아름다운 봄의 색 속에 나는 어떤 색으로 섞여 들어갈까. 내게서 나오는 향기는 나비를 부를 수 있을까.


봄 사이로 난 길은 출근길도 가슴이 뛴다. 저 환한 빛들을 모두 담아 오늘을 감사해야지. 무심한 사람의 길 위로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아무 조건 없이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오늘 받을 복은 다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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