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은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먼 미지의 세계로 가는 듯 설레게 한다. 새벽 녘 암막 커튼 너머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마음이 중독이 된 듯 멀쩡해지는 정신과 상관없이 몸은 이불속을 헤매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약속해두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아늑한 꿈의 경계선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아이들보다 먼저 버스를 타러 갔다. 우산 위로 제법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타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엠뷸런스가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예전에 엄마가 췌장암에 걸리셨을 때 갑자기 한기를 느끼며 벌벌 떠는 엄마를 어쩌지 못하다가 무섭고 급한 마음에 여러 번 엠뷸런스를 불렀었다. 그 후로 몇 해가 지났는데도 응급차만 보면 '저 안에 탄 사람이 무사히 저 시련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기도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갑자기 요란하게 엠뷸런스 소리가 났다. 급해요, 비켜주세요라는 절박한 소리가 무심히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들 사이를 휘젓고 있었다. 저 멀리 다가오는 다급한 경고음을 들으며 습관처럼 기도를 했다. 그런데 차가 내 앞을 지나가며 도로에 고여있던 물을 확뿌리고 갔다. 졸지에 몸의 절반이 물에 젖어버렸다. 머리카락을 타고 줄줄 떨어지는 비와 한쪽 어깨와 다리가 서서히 젖어드는 느낌이 과히 좋진 않았지만 저 안에 생사를 다투는 사람에 비해서는 불평거리도 아니었기에 다시 그 사람의 회복을 위해 기도를 하고 출근을 했다.
버스 차창을 비가 눈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안개가 낀 듯 흐릿한 세상이 휙휙 지나갔다. 오늘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을 바라게 되는 절박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많아지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