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로

by 이혜연
봄은 어디로

어렸을 때는 별명부자일 정도로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이 많았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선생님이 지어주신 '문학소녀'와 중학교 때 친한 친구들이 불러주던 '할망구'가 있다.


푸릇푸릇 봄 같은 중학교 시절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질풍노도의 시기였겠지만 그 시기의 '나는 산다는 것'과 '불공정함'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항상 내게 주어진 생의 의미를 되짚었고 갑자기 아프게 되면서 정신을 놓아버린 언니의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애쓰던 때였다. 비포장길을 걸어 논길을 따라 걸어 집으로 올 때면 나무는 왜 나무로 태어났을까, 열심히 하루를 산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은 왜 이 세상을 창조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왔던 게 생각난다. 그래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항상 장황하고 허공을 걷듯 부유했으며 무거운 질문에 혼자서 끙끙대며 답을 찾으려 애쓰던 시기였다. 그래서 어린 사춘기가 없었는데 나중에 마흔 즈음에 늦깎이 사춘기를 겪으며 호되게 아팠던 기억이 난다.


내게 뒤늦은 사춘기가 요란스러웠듯 요즘 봄도 살랑살랑 바람을 내어야 즐길맛이 나는데 갑자기 겨울, 그러다 여름으로 갈팡질팡 하다 끝나버리는 느낌이다. 철쭉이 환하게 밝은 날, 햇살은 벌써 여름이다. 온 지도 모르게 봄은 떠나버렸지만 올여름은 뜨거운 열정으로 잘 견딜 수 있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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