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없는 일요일은 숨 쉬는 것도 쉬고 싶다. 그저 분자처럼 조각조각 분해돼서 이불속으로 동화되어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해가 중천에 떠서 다시 기울어질 때까지 천장의 그림자로 하루를 가늠해보고 싶다. 손가락 하나, 머리카락 한 올도 흔들림 없이 일요일이란 빈 공간 속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다음 주 부산여행을 가기 전에 건물보수를 해야 한다는 신랑 덕분에 주말 스케줄이 비었다. 이제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은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자마자 놀이터로 나가고 혼자 멍하니 텅 빈 햇살 그림자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다 보니 마음마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가는 느낌이다. 롯데타워를 사진에 담기 좋은 장소로 소문이 났는지 평일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없는지 거리마저 조용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어쩐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움찔움찍하다가 커피 한잔 내려 손에 들고 다시 앉았다. 조용한 집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앉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나서 혼자 깜짝 놀라다 이내 다시 침묵 속으로 스며들며 오늘을 보내고 있다. 살다 보니 이런 아무것도 아닌 날도 살아지는구나 싶어 혼자 픽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