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머물 수 있게

by 이혜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살갗을 찢듯 아픈 북풍과

모든 것들이 죽어버린 듯

꽁꽁 얼어붙은 날들 속에


따뜻한 마음 한 자락

심지에 박아두고

기어코 봄은 온다고

기도하는 날들 속을 지나


겨울이 지난 후엔

숨겨져 있던 씨앗이

한꺼번에 웃음처럼 터져


나무 끝에도

발밑에도

흩어지는 바람 중에도


향기가 머물 수 있는 봄이

걸음걸음마다 바람을 일으키며

당신의 생이 봄에 머물 수 있게


그렇게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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