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순서가 바뀌고, 일상에 변수가 생기고, 평소라면 가지 않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동선이 흩어진 날들에도 햇살은 따스해 그녀의 하루를 포근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조용했다는 말보다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듯 공허했던 집에 훌쩍 자라 둥지를 떠났던 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와 하루 종일 재잘거리는 소리에 즐거운 파문이 일렁였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 삼일이 지나 사흘째 되는 아침, 가져온 짐을 하나씩 담더니 다시 자기 자리로 가정을 이룬 새는 훌쩍 날아가버렸다.
40년을 이 둥지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는데 이제 기억 속 작은 새의 깃털하나 남지 않은 낡은 둥지는 다시 텅 비고, 현관문을 열고 닫는 이 없이 햇살만 나무창으로 들이칠 것이다. 북적이던 거실이 텅 비고 커다란 상에 이것저것 놓았던 반찬들은 작은 소반에 하나 둘만 놓일 것이다. 제 자식이 낳은 어린것들을 품으려 며칠 전부터 옥상에 햇볕샤워시켰던 이불들은 지나가버린 흔적들을 지우려 다시 무심한 바람에 걸어놓을 테고 밤이 깊어 홀로 깬 어둠 속에서는 빈 둥지만 새까맣게 가득 차 눈부신 날들의 편린들을 하나둘 깨내보며 새벽까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들을 한 땀 한 땀 기워 하루를 이어갈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노모는 모두가 떠난 자리에 홀로 앉아 햇살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