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봄

by 이혜연
오래된 봄

여든다섯의 봄은 몸도 마음도 노쇠한 듯 스치는 풍경에도, 해사하게 피어난 꽃들에도, 이제 막 피어나 달뜬 사랑을 하는 상춘객들 사이에서도 힘겨운 모습이다.


내일의 일보다 오래된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살아가는 일보다 죽을 때의 남겨진 일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 맺기를 기도하지 않는 노쇠한 봄. 삼일의 짧은 밤이 한 계절 중에 가장 바쁘고 즐거운 날들이었을 것이다.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어린 손자들의 시끌벅적한 소란도 내일이면 사라지고 다시 허물 같은 텅 빈 날들만 바람처럼 흩어질 것이다.


문 밖엔 빨강, 하양, 노랑의 싱그러운 봄이 한창인데 자식들 다 떠난 오래된 집의 홀어머니의 봄은 꽃이 다 진채로 저녁해만 자꾸 기울어 잠 못 드는 밤만 계속되고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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